[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펼치면 툭 튀어 오른다.', '2차원을 3차원의 입체시각예술로 변형했다.' 종이를 접고 오려내 다듬어 입체적 효과를 자아내는 입체 시각미술인 '팝업 아트'(Pop-Up Art)'가 전시형태로 국내최초로 소개된다. 기존 팝업북(Pop- Up Book)에만 한정됐던 과거 전시와는 달리 건축, 인테리어, 디자인, 광고 등 산업에서 응용된 작품과 최근 1년여 동안 디자인에서 순수미술로 접근하려는 '팝업아트'의 트렌드를 살펴볼 수 있는 장이 열린다.
세계팝업아트展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지난달 31일 개막해 오는 5월 19일까지 개최된다. 장장 50일간 열리는 이번 전시는 세계적인 작가들의 팝업북을 비롯, 컬렉터들의 희소 소장본 및 초판본, 한정본을 살펴볼 수 있으며 더불어 회화, 조형, 사진, 영상 등 총 400여점의 작품이 등장한다.
'팝업 북'은 중세 때부터 선보이기 시작해 15세기 중엽 과학서나 기술서 등 학술적인 용도로 사용되다가 17세기 본격적으로 어린이 책, 종이 연극, 원예학 등 실용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다. 19세기 말에는 영국에서 대중적인 인기를 끌었고, 1차 세계대전과 함께 붕괴된 팝업북 시장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명한 종이 예술가 보이테크 쿠바스타가 제작한 수십종의 시리즈 작품으로부터 '팝업 북 르네상스'를 맞게 된다.
오늘날 팝업북은 책에만 국한되지 않고 광고, 무대디자인, 인테리어 디자인에도 다양하게 활용돼 인기를 끌고 있다. 2002년 브루클린 도서관에서는 팝업북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최근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세계적인 팝업북 작가들에는 로버트 사부다, 필립 위제, 론 반 데 메르, 데이비드 카터 등이 있다. 특히 최근에는 다양한 디자인 산업과 접목된 모습이 두드러진다. 이번 전시는 벤자 하니, 마틸다 니베 등 세계적인 팝업아트 거장들이 에르메스, 샤넬, 루이까또즈 등 세계 명품브랜드와 협업한 컬래버레이션 작품들도 엿볼 수 있다.
호주 팝업아티스트 벤자 하니는 전문 페이퍼 엔지니어이자 작가로 활동하면서 감각적인 페이퍼 건축 조형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그의 감각적 작업은 에르메스 매장의 크리스마스 윈두우 작품과 함께 패션지, 유명 가수 앨범 등에도 다양하게 적용되고 있다. 벤자 하니는 "가벼고 쉽게 구부러지는 속성을 지닌 '종이'라는 한 매체를 이용해 기술적으로 접근해 예술적 표현을 하는 작업이 늘 즐겁다"고 말했다.
마틸드 니베는 섬세하고 고급스런 팝업아트 작품을 보여주고 있는 프랑스 작가다. 2006년작 그림자 도시는 빛과 그림자가 더해진다. 또 2011년 불가리의 새로운 향수의 윈도우 디스플레이도 대표적인 작품이다. 마틸드 니베는 "프랑스에서는 5년전부터 산업과 팝업아트의 결합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전 세계 어린이들을 사로잡았던 판타지 소설 '해리포터'를 팝업북으로 제작해 큰 인기를 끌었던 브루스 포스터가 5월 5일 어린이날을 맞아 자신이 만든 팝업북의 한 장면을 어린이들과 함께 만들어 보는 특별한 체험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최소현 큐레이터는 "어린이들뿐만 아니라 디자인, 패션, 광고 등 관련분야를 전공하는 전문가들의 눈높이에 맞춘 다양한 테마관을 통해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의 독창적인 작가관을 느껴보고 아이들의 창의력과 상상력 키워주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아트센터이다가 주최하고 루이까또즈 등이 후원했다. (문의 02-3143-4360)
오진희 기자 val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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