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우 신임 대표이사 추가 선임해 현장경영 맡겨···박 부회장은 투자 유치에 올인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박병엽 팬택 부회장이 투자 유치에 발벗고 나선다. 이준우 부사장을 팬택 대표이사로 추가 선임해 현장 경영을 맡기고 박병엽 부회장은 투자 유치에 집중한다. 지난해 적자를 기록하는 등 경영 환경이 어려워지자 투자 유치에 올인하는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팬택은 28일 경기도 김포 팬택공장에서 정기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열고 이준우 부사장을 대표로 추가 선임하며 현 박병엽 부회장 단독 대표 체제에서 각자 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이에 따라 박 부회장은 외부 투자 자금 유치와 중장기 경영 구상에 집중하고 현장 경영은 이 부사장이 담당할 예정이다.
박 부회장은 "지난해는 글로벌 경제 불황의 여파와 특정 제조사 쏠림 현상으로 사업이 쉽지 않았다"며 "핵심 경쟁 요소인 마케팅과 기술력을 한층 더 강화하기 위해 내부 조직을 재정비하고 사업 구조를 과감하게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팬택 창업자로서 지금까지 전반적인 회사 경영과 투자 유치 등 모든 사업을 이끌어 온 박 부회장의 이 같은 결단은 안팎으로 어려워진 스마트폰 시장 상황과 무관치 않다. 국내외 스마트폰 시장이 삼성전자, 애플 양강 구도로 굳어지며 제품력 이상으로 브랜드 파워가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브랜드 파워는 많은 마케팅 비용 투입을 요구해 팬택은 우수한 제품력에도 상대적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팬택은 워크아웃 이후 지난해 처음 적자를 봤다. 2008년 2013억원, 2009년 1487억원, 2010년 840억원, 2011년 2019억원의 영업흑자를 기록했지만 2012년 77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처럼 팬택 스마트폰 사업의 사활이 걸린 상황에서 박 부회장이 현장 경영보다는 투자 유치에 나서 마케팅 비용과 연구개발(R&D) 비용 등 '실탄' 마련에 나선다는 결단을 내린 것이다.
박 부회장은 특유의 승부사 기질로 유명하다. 과거 퀄컴이 팬택에 비용 문제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공급을 중단하려고 했을 때도 직접 미국 퀄컴 본사를 찾아가 폴 제이콥스 회장을 만나 팬택의 지분을 인수하는 대가로 AP를 납품받는 승부수를 띄웠다. 팬택은 올해초 퀄컴으로부터 2300만달러(약 245억원)의 신규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박 부회장은 신규 자금 유치를 통해 마케팅 활동과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팬택은 지난 5년간 R&D에 약 1조1500억원을 투자했으며 국내외 특허 4800건 등 지적재산권 1만8700건을 보유하고 있다. 박 부회장은 "올해는 수익 구조 개선, 제품 혁신, 창의적 업무 수행 등 3가지 과제를 강력하게 추진해 반드시 흑자 전환을 이룰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팬택은 이날 정기주총에서 2012년 재무제표 승인과 사내·외 이사 선임, 자본금 감소 승인 등을 의결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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