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키프로스에 대한 구제금융이 결정된 25일(현지시간) 유럽과 미국 증시는 세계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줄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주식시장은 하락세를 보였다. 예룬 데이셀블룸(46) 유로그룹 의장이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한 발언 때문이다.
데이셀블룸 의장은 파이낸셜타임스(FT) 등과의 인터뷰에서 "키프로스식의 구제금융은 향후 위기 해결의 새로운 선례가 될 것"이라고 발했다. 은행 등의 부실이 있을 경우 예금주에게 책임을 묻는 키프로스식의 구제금융이 특수한 사례가 아닌 일반적인 적용방식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인 셈이다. 그의 발언 직후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증시는 큰 폭으로 하락했으며, 국채 금리는 올랐었다.
그의 발언이 나온 직후 유럽중앙은행(ECB) 집행이사회의 브느와 꾀레 이사는 데이셀블룸의 발언은 "잘못됐다"며 키프로스식의 해결방식은 다른 나라에 적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셸 바르니에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이사도 "키프로스의 사태는 여러모로 특이하다"며 키프로스의 구제방식이 일반적인 방식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파문이 커지자 데이셀블룸 의장은 트위터를 통해 "키프로스는 예외적인 어려움을 겪은 특수한 사례"라며 "거시경제 조정 프로그램은 각국의 상황에 맞춰 이뤄져야 한다"며 자신의 발언을 해명했다. 사실상 자신의 발언을 철회한 것이다.
독일의 주간지 슈피겔은 데이셀블룸 의장의 발언을 둘러싼 시장의 혼란을 소개하면서, 그가 자격을 갖춘 유로그룹 의장인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슈피겔은 이번에 혼란을 불러일으킨 발언 외에도, 키프로스의 소액 예금자들에게도 은행 부실의 책임을 물리겠다는 방침 역시 혼란을 불러일으켰다고 소개했다. 이는 자연 10만유로 이하의 예금에 대해서는 보장해준다는 EU 규정마저 불확실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또한 데이셀블룸의 협상 방식에 대해서도 문제가 제기됐다. 그는 이번 키프로스와의 협상 과정에서 지나치게 오만한 태도를 유지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니코스 아나스타시아데스 키프로스 대통령에게 고압적인 태도를 유지한 것은 결과적으로 협상을 어렵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슈피겔은 데이셀블룸에게 최근 키프로스 구제금융 과정에서의 진통의 책임을 전적으로 물을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유로그룹의장이라는 자리가 독립적인 의사 결정 권한이 없는 자리로, 다른 유로존 재무장관들과 똑같은 표결권한을 가지고 있는 자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또한 키프로스 사태를 둘러싸고 오만하기로 따지면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장관이 더했다는 것이다.
데이셀블룸 의장에 대한 비판의 핵심은 전임 의장과 다르다는데 있다는 것이 슈피겔의 분석이다. 데이셀블룸 의장은 장 클로드 융커(58) 전 의장에 비해 나이도 12살 가량 어리고, 융커처럼 총리가 아닌 재무장관이라는 한계를 가진다. 재무장관과 총리를 맡았던 융커라면 아나스타시아데스 대통령과 대등한 자격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지만, 데이셀블룸은 어쨌든 네덜란드 재무장관이기 때문에 융커 전 의장과 같이 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나주석 기자 gongg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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