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각 출범한 현오석 경제팀이 출발선부터 엇박자다. 경제 컨트롤타워인 기획재정부 내부에서 합의되지 않은 증세 방안이 다른 부처로 전파됐다. 기준금리 조정 문제를 놓고선 경제부총리와 한국은행 총재가 다른 목소리를 냈다.
지난 25일 기재부 예산실 주재로 열린 재정계획위원회에서 건강보험 재정 확충 방안을 담은 문건이 배포됐다. 부가가치세ㆍ개별소비세ㆍ주세 등 3개 세금에 0.03%의 건강세를 얹어 걷자는 안이다. 이에 대해 조세 업무를 맡는 같은 부처 세제실은 모르는 일이라고 했다. 기재부는 "시중에 떠도는 아이디어를 정리한 수준"이라고 해명했다.
해명대로라면 더 걱정스럽다. 나라살림을 책임지는 부처에서 고작 시중에 나도는 이야기나 취합해서야 되겠는가. 박근혜 대통령 공약대로 복지를 확대하는 데 재원 마련이 정 어렵다면 증세 문제를 공론화하는 것이 옳다. 대통령과 부총리는 증세는 없다는데 관련 부처에선 증세 방안을 담은 자료를 다른 부처에 돌렸다. 기재부는 담뱃세와 주세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낸 적도 있다. 컨트롤타워 한쪽에선 연기를 피우고, 다른 쪽에선 아니라면 국민은 누구를 믿으란 말인가.
새 정부의 경기부양 의지에 한은이 갑자기 거리감을 보인 것도 혼란스럽다. "정책 패키지에 금융부문이 포함된다"는 부총리 발언에 김중수 한은 총재는 "이자율이 낮아지면 버블이 생긴다"며 금리인하에 부정적 시각을 보였다. 김 총재는 3년 전 취임 때 "한은도 정부이며 정부정책에 협조해야 한다"고 했다. 입장이 바뀐 것인지, 다른 속사정이 있는지 묻고 싶다. 통화정책은 금융통화위원회 위원들이 토론해 결정할 일이다. 금통위 의장인 한은 총재가 이렇게 공개적으로 입장을 표명하면 4월 기준금리 논의를 제약할 수 있다.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등은 정부와 중앙은행이 한목소리를 내면서 양적완화와 낮은 금리 정책으로 경기회복 효과를 내고 있다. 그런데 새 정부 경제팀은 시장에 일관된 신호를 보내기는커녕 정책 혼선으로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기업더러 왜 투자를 망설이느냐, 고용을 늘리지 않느냐고 타박할 입장이 못 된다. 토론은 활발하게 해 정책을 조율하고, 결정된 정책은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한다. 현오석 경제팀이 서둘러 제 자리를 찾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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