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현대그룹이 주력계열사인 현대상선의 자금난을 해소하고 경영권도 한껏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이 22일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마련됐다. 그러나 주주총회에서 반대 뜻을 분명히 했던 현대중공업을 비롯한 범현대가가 언제든 '반격'할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불씨가 완전히 해소된 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상선이 22일 주총에서 의결한 정관변경안은 우선주 발행한도를 현재에 비해 3배 이상 확대하고 이사회 결의만으로 제3자 신주를 배정할 수 있도록 한 게 주 내용이다. 이날 2대 주주인 현대중공업과 같은 그룹 내 현대삼호중공업이 정관변경에 반대, 표결을 요청하면서 주주를 상대로 투표과정을 거쳤다. 이들은 "주주로서 재산권이 침해될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지분율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드러냈다.
투표 결과 현대상선이 상정한 안건은 원안대로 통과됐다. 정관변경 안건의 경우 특별안건인 만큼 과반주주 출석에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앞서 현대상선 이사진의 보수한도를 동결키로 한 안건은 표결과정을 거친 끝에 가결됐다.
당초 이날 현대상선이 의도한 정관변경안은 현대중공업 등 일부 주주의 반대로 부결될 것이란 관측도 있었다. 실제 투표 결과 찬성 67.35%, 기권ㆍ반대ㆍ무효 32.65%로 집계됐다. 간발의 차로 통과된 셈이다. 2년 전 주총에서 비슷한 내용의 정관변경을 시도했다 마찬가지로 현대중공업 등의 반대로 무산된 적이 있는 탓에 표결을 앞두고 현대상선 이사진과 소액주주 사이에선 긴장감이 나돌았다.
투표결과가 원안가결로 나오자 주총에 참석한 현대중공업 대리인들은 즉각 "위임장을 직접 확인해야겠다"며 반발했다. 앞서 이사보수한도를 동결했을 때와 전체 참석주주수가 다르다는 이유를 댔다. 현대삼호중공업 대리인은 "당초 1억2300만주였다가 두번째 투표에서 300만주가 늘어났고 위임장도 700만주 이상 차이가 나는 걸로 파악했다"며 "추가 확인작업이 필요해 이사진에 요청했다"고 말했다.
위임장 등을 추가로 확인하는 작업은 이날 오후 늦게까지 진행됐다. 현대상선 이사회 내에선 위임장 공개여부를 둘러싸고 심도 깊게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중공업 관계자 역시 "확인 결과를 파악한 후 회사 차원의 입장이 나올 것"이라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우선 이날 주총 결과로 현대상선은 자금난 해소와 경영권 방어를 위한 작업을 보다 쉽게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주주권 침해 등을 이유로 반대했던 현대중공업을 중심으로 한 범현대가 강수를 둘 가능성도 남아 있다. 당장 이번 주총에서 논란이 된 위임장을 둘러싸고 법적분쟁에 나서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 과정에서 이날 주총처럼 범현대가의 맏형격인 정몽구 현대차그룹이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가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최대열 기자 dy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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