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KB금융지주가 사외이사들을 원안대로 재선임하면서 사외이사와 경영진들의 갈등이 일단 봉합됐다. 지난 11일, 주총 안건 분석기관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가 '특정 사외이사에 대한 재선임을 반대한다'는 보고서를 내놓은지 11일 만이다.
22일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여의도 본점 4층 강당에서 열린 KB금융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 8인에 대한 선임 안건'이 원안대로 통과됐다.
현행 상법 및 KB금융 정관 등에 따르면, 주총 결의 기준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출석한 주주의 의결권의 과반수로 하되 발행주식 총 수의 4분의 1 이상(25%)의 수'다. 8명의 후보 중 가장 낮은 찬성률을 기록한 후보의 찬성률은 66.5%다. 나머지 사외이사 각각에 대한 찬성률도 모두 과반 이상을 차지해 원안대로 통과됐다.
신임 사외이사로는 김영과 한국증권금융 고문이 선임됐으며, 현 사외이사인 이경재·배재욱·김영진·이종천·고승의·이영남·조재목 이사는 중임이 확정됐다. 신임 사외이사의 임기는 2년, 중임 사외이사의 임기는 1년이다. 지난 2012년 3월 신임 사외이사로 선임된 황건호 이사의 임기는 아직 1년이 남아 있다.
이에 따라 중임 임기까지 포함해 총 5년간 KB금융의 사외이사 임기를 마친 함상문 전 사외이사를 제외하고 9명의 KB금융 사외이사진은 기존 체제대로 유지된다.
이 외에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의 건,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 등도 모두 통과됐다.
감사위원회 위원으로는 이경재·배재욱·김영진·이종천·고승의 사외이사가 선임됐으며, 이사 전원에 대한 연간보수 한도는 50억원으로 승인됐다.
사외이사 선임 안건이 원안대로 통과되면서 ISS보고서로 인한 KB금융 내부간의 갈등은 일단 봉합된 것으로 보인다.
KB금융은 사외이사 선임 안건에 반대하는 내용의 ISS 보고서로 인해 이사회와 경영진이 갈등을 겪었다. 어윤대 KB금융 회장은 사건을 마무리짓기 위해 최측근이던 박동창 전 KB금융 부사장을 해임하는 초강수를 뒀다. 박 전 부사장은 ISS측에 왜곡된 정보를 유출했다는 이유로 보직 해임됐다.
박 전 부사장의 해임과 동시에 KB금융은 주주 설득 작업도 진행했다. 경영진이 외국인 주주들을 포함해 국민연금, 포스코 등과 직접 접촉하고 ISS 보고서의 잘못된 부분을 설명했다는 후문이다.
주요 주주 설득 작업에 나선 결과, 당초 반대의사를 보였던 외국인 주주들이 찬성으로 돌아섰으며 주요 주주인 국민연금도 21일 찬성의사를 보였다.
이렇게 일단 갈등은 봉합됐지만, 여전히 어 회장의 거취에 대한 관심은 높다. 어 회장과 이사진들과의 관계는 지난해 사활을 걸고 추진해 온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가 사외이사들의 벽에 부딪쳐 무산되면서 급속도로 악화됐다. 어 회장의 임기는 오는 7월 만료되며, KB금융은 4월 말 경 사외이사 전원으로 구성된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를 열 예정이다.
현재 진행중인 금융감독원의 KB금융 종합검사 결과 또한 주목되는 부분이다. 금감원은 KB금융 검사 기간에 이번 문제를 집중 검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금감원은 박 전 부사장이 ISS에 사외이사와 관련된 왜곡된 정보를 전달하는 과정에 어 회장의 지시가 있었는지, 관련 내용을 보고 받았는지 여부 등을 검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어 회장은 "ISS 보고서가 나온 당일 공시를 담당하는 IR 부서에서 보고를 받아 이번 사안에 대해 알게 됐고, 처음부터 이번 사태에 관여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한편 KB국민은행 노동조합은 어 회장의 용퇴를 요구하고 있다. 박병권 국민은행 노조위원장은 20일 기자회견을 통해 "ISS 보고서 사건은 일부 임원이 단독 기획한 작품이 아니라 어 회장이 직접 지시하거나 개입해 발생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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