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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장학금의 역차별' 성적·소득기준, 현실과 엇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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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국회서 '국가장학금 피해사례 증언대회' 개최.. 저소득층 대학생 지원 취지퇴색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2년간 군 휴학을 마치고 올해 복학했다. 홈페이지를 통해 국가장학금을 신청했고, 며칠 후 '소득심사 통과'라고 돼 있길래 안심하고 있었다. 그러나 등록금 고지서에 장학금이 반영이 돼 있지 않아 확인해봤더니 직전학기 이수 학점이 12학점 미만이어서 탈락했다고 나왔다. 성적미달도 아니고 이수학점 미달로 신청이 거절당해 우울했고, 이제는 정말 사채까지 써야하나 생각했다."(A대학 08학번 남학생)


지난 MB정부 들어 추진됐던 국가장학금이 당초의 도입 취지가 퇴색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저소득층 대학생들의 고액 등록금 부담을 덜어주려는 취지에서 마련된 국가장학금이 오히려 높은 성적(B학점 이상) 및 이수기준(직전학기 12학점 이상)과 비현실적인 소득분위 산정 등으로 정작 장학금이 필요한 학생들에게 분배가 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21일 오전 김재연 통합진보당 의원실에서 주최하고 국회 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국가장학금 피해사례 증언대회'에서는 억울하게 국가장학금 신청에 탈락한 대학생들이 참석해 다양한 의견을 내놓았다. 대학 3학년 이승희(가명) 씨는 "나와 동생의 대학 등록금을 아버지가 전부 대출받아서 내고 있다. 내년에 남동생까지 대학생이 되면 3남매의 등록금을 내야한다. 실질적인 부채는 많은데 부모님 소득이 높게 잡혀서 국가장학금을 못 받고 있어 너무 억울하다. 나보다 성적이 낮은 친구도 국가장학금을 받는다. 한 집안에 대학생이 몇 명인지도 파악해서 더 많은 장학금 지원을 받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국가장학금의 문제로 자주 지적됐던 높은 성적기준으로 피해를 본 사례도 등장했다. 서울 소재 대학에 다니고 있는 김민형(가명) 씨는 지난해 1, 2학기 모두 낮은 학점을 이유로 장학금 신청에 선정되지 못했다. 김 씨는 "등록금 부담이 있는 학생들은 다른 친구들이 공부할 동안 매일 아르바이트를 하기 때문에 성적을 잘 받기 힘들다"며 "정부에서는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한 대책이라며 막대한 예산을 들여 홍보하지만 그저 나에게는 희망고문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또 "지금 국가장학금의 수혜자는 그래도 좀 덜 힘들고 나은 여건에 있는 학생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든다"고 덧붙였다.

최근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정진후(진보정의당)의원이 발표한 '2013년 국가장학금 선정 결과 분석'에서도 기초생활수급자 대학생 신청자 5명 중 1명가량이 탈락했고, 소득이 낮을수록 탈락률도 높게 나타났다. 국가장학금 탈락자들의 탈락사유는 저소득층일수록 '성적 B학점 이상'이란 자격기준이 큰 영향을 끼쳤다. 이 자리에 참석한 C여대 4학년 이수현(가명) 씨도 "성적제한이란 조건을 개인의 문제로 돌리고, 그 학생들을 더욱 위축되게 하는 국가장학금 제도는 분명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학생들의 소득분위 산정이 불합리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올해부터 국가장학금은 기초생활수급자를 포함해 1분위부터 8분위까지 소득수준에 따라 장학금을 차등 지급하고 있다. 소득기준은 건강보험료 납부내역을 통해서만 확인하고 있다. 이에 주식, 채권 등의 금융재산의 파악이 불가능하고, 주택담보 대출이나 금융권 대출로 인한 부채도 통계로 잡히지 않고 있다. D대학교 2학년 재학 중인 박성수(가명) 씨는 "집이 음식점을 하는데 1년 매출은 연 5000만원으로 한 달에 200만원 정도 벌고, 빚이 2억원이 있다. 그런데도 소득분위가 높게 책정돼 국가장학금 선정에서 탈락했다"고 말했다.


김재연 통합진보당 의원은 "국가장학금 제도는 현실적으로 실질적인 반값등록금을 실현하기에는 예산 배정이 너무 부족하고, 매년 예산 책정과정에서 그 규모가 달라질 수 있는 변동성이 크다는 근본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며 "성적기준 폐지, 소득분위 산정의 현실화, 예산 확충 등 문제점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민서 기자 sum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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