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근철 기자]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20일(현지시간) 매달 850억달러(약 94조7750억원) 상당의 채권을 사들여서 시중 유동성을 확대하는 정책을 당분간 지속하기로 결정했다.
19~20일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이후 나온 결정이다. 인위적인 경기부양을 통해서라도 미 경제를 회복시키겠다는 FRB 기존 입장의 연속선상에 있는 결정이다.
FOMC의 이런 결정은 미 경기가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아직 충분치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FRB는 FOMC 회의 이후 발표한 성명에서 "미 경제가 지난해 후반 정체에서 벗어나 완만하게 성장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렸다. 하지만 아직 스스로 회복세를 타기에는 충분하지는 않다는 기존 입장에는 변함이 없었다.
성명은 노동시장이 개선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실업률은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실업률은 7.7%여서 FRB가 가이드라인으로 삼고 있는 6% 중반대에 훨씬 못 미친다.
FRB는 이밖에 "정치권의 예산정책이 경제 회복에 제한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예산 자동 삭감, 다시 말해 '시퀘스터'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것이다. FRB가 정치권 예산 논란에 대한 우려를 적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FRB는 이런 점 등을 고려해 "경제 전망에서 하방 위험이 계속되고 있다"고 밝힌 지난 1월의 입장을 유지했다.
경제회복의 불씨를 살리기 위한 처방도 달라진 것이 없다. FRB는 앞으로도 계속 매달 450억달러 규모의 국채를 사들이고 400억달러 규모의 주택담보부채권(MBS)을 매입한다고 밝혔다. 한 달에 850억달러를 시장에 계속 풀어 경기를 부양하는 3차 양적완화(QE3) 정책에 변함이 없다는 얘기다. 정책금리도 변함없이 '제로(0)' 수준인 0~0.25%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피어폰트증권의 스티븐 스탠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FRB 발표의 핵심은 기존 정책을 바꿔야 할 아무 계기가 없다는 것"이라고 정리했다.
유동성 공급 정책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FRB 내부에서는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 총재인 에스더 조지 이사가 유동성 공급 지속에 반대했다. 지속적인 유동성 공급이 경제ㆍ금융 불균형으로 이어져 인플레이션을 부추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벤 버냉키 FRB 의장은 이를 의식한 듯 기자회견에서 "현 정책이 아직 관리가능한 수준에 있다"고 말했다. 실업률이 6.5%까지 떨어지고 물가상승률이 2.5%가 될 때까지 현 정책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버냉키 의장은 시장의 유동성이 증시를 과열시킬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과거 패턴에서 크게 벗어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증시 거품에 대해 아직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그는 키프로스 사태에 대해 "미 경제에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시장을 안심시켰다.
FRB의 경기부양 의지를 재확인한 뉴욕 증시는 이날 오후 일제히 상승하며 환영했다.
뉴욕=김근철 기자 kckim100@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