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 내려도 노량진시장 한산···올 대형마트 매출 5% 줄어
[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내가 20년 동안 장사를 했지만 이렇게 힘든 적은 처음이야. 손님이 작년보다 반 정도가 줄었어. 경기가 어려우니까 생선은 안 사 먹게 되나봐. 요즘 국내산은 왜 이렇게 또 안 잡혀. 시장에 국내산만 팔려고 하면 없는 사람들은 생선 구경도 못 할 거야."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갈치 등을 판매하는 한 생선가게 주인은 "물가가 전체적으로 오르다보니 살기가 어려워져 생선을 안 사 먹는 것 같다"고 푸념했다.
17일 오후 노량진 수산시장은 의외로 꽤 많은 사람들로 붐볐지만 대부분 장사를 하기 위해 횟감을 사러온 사람들 뿐 갈치, 고등어, 삼치 등 반찬용 구이 생선을 파는 가게는 상인들에게 말붙이기가 어려울 정도로 썰렁함 그 자체였다.
한 상인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붙였다. 20년간 생선가게를 운영하고 있다는 김성경(가명·58)씨는 "갈치 가격은 작년보다 3000원이 떨어졌는데도 여전히 찾아오는 사람이 없다"며 "사 먹는 사람이 없어 생물 물량도 비축해 두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도매가격이 떨어지면 시장에서 파는 가격도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수산시장 경매 담당 관계자는 "생물의 경우 도매가격이 많이 떨어졌는데 사람들이 비싸다는 생각에 생선을 안 사먹다 보니 생물을 찾는 상인들이 줄었기 때문"이라며 "어차피 같은 밥반찬이면 조금이라도 더 싼 걸 찾는 게 소비자"라고 말했다. 그는 "소고기나 돼지고기가 많이 저렴해져 생선을 먹느니 차라리 싼 고기를 많이 먹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수산시장의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형마트의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한 대형마트는 올해 1월부터 3월 10일까지 판매량을 분석한 결과, 수산물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4.8% 줄었다. 갈치의 경우 3.8%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돼지고기 매출은 7.9% 늘었다. 비싼 수산물 대신 계속해서 가격이 떨어지고 있는 돼지고기를 찾는 사람이 늘어난 것이다. 결국 수입산과 냉동 생선 물량 공급으로 대형마트는 수산물 가격 안정에 나섰다.
이날 대형마트를 찾은 주부 김정숙(50)씨는 "주로 대형마트에서 삼겹살을 많이 사는 편인데 고기가 채소 보다 더 쌀 정도로 값이 많이 떨어져 평소보다 더 샀던 기억이 난다"며 "삼겹살 사면 그날 바로 구워 먹다보니 생선은 상대적으로 덜 사게 되고, 가격도 요지부동이라 잘 안 사 먹는다"고 언급했다.
이에 따라 대형마트는 수산물 가격 안정을 위해 수입산을 대폭 늘리는 등 냉동 생선을 본격 판매할 계획이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수온변화 때문에 국내 어획량이 너무 많이 줄어 수입으로 대체됐다"며 "최근 2∼3년 동안 수입산 생선이 50∼60% 정도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갈치의 경우 세네갈에서 수입되고, 새우는 인도에서 들여온다. 수입처는 10개국 정도된다"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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