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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출신 감사 후보자 씨가 말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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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국내 중소보험사 A생명은 최근 금융감독원 퇴직자를 상근 감사로 영입하려는 계획을 포기했다. 직무 능력 등 여러가지를 고려해 금감원 출신을 우선 순위로 했지만 적임자를 찾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여기저기 수소문해 어렵사리 구한 후보자는 평판이 좋지 않았다. A생명 관계자는 "금감원 출신의 적임자를 찾기가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발(發) 금융권의 감사 후보자 기근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일부 회사들은 상근 감사를 없애거나 기존 감사의 임기를 연장하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알리안츠생명은 최근 상근 감사위원을 더 이상 뽑지 않기로 결정했다. 감사위원 적임자가 없어 사외이사를 중심으로 한 감사위원회 체제로 가기로 방향을 선회한 것이다. 알리안츠생명은 지난해 7월 금감원 출신인 김건민 상임 감사위원 별세 이후 후임자를 물색해왔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3월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감사위원회 제도를 도입했다. 원우종 감사(전 금감원 비은행감독국장)의 임기가 2011년 3월 만료된 후 1년간 상근 감사를 임명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금감원에서 더 이상 인력을 찾기 힘드니까 아예 상근 감사를 없앤 것"이라고 해석한다.

금감원 출신을 찾기 어려워진 이유는 2011년 10월부터 시행중인 공직자 윤리법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공직자 윤리법은 최근 5년간 담당했던 업무와 관련성이 있는 분야에 퇴직후 2년간 취업을 금지하고 있다.


이에 대응해 일부 회사들은 감사의 임기를 늘리는 방식을 선택하고 있다. 금감원 퇴직자인 남인 신한카드 감사는 최근 3연임에 성공했으며 최태문 롯데카드 감사는 한번 연임했다. 나명현 현대해상 감사와 이성조 한화손해보험 감사 역시 연임을 보장받았다. 장수 감사가 탄생하고 있는 것이다.


LIG손해보험은 지난해 금감원 부원장보를 역임한 박찬수 감사에 이어 역시 금감원 출신인 박병명 전북은행 감사를 후임으로 받아들이기도 했다.


금감원 출신이 선호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취업을 할 수 없다는 제한 규정으로 '인력 수급 불균형'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2011년과 지난해 정년퇴직을 비롯해 금감원을 빠져 인력은 약 80여 명이 이른다. 이들은 2년이 지나기 전까지 동종회사에 취업할 수 없다.


이들 자리는 감사원 출신이 빠르게 메워가고 있다. 김용우 우리은행 감사, 신언성 외환은행 감사, 윤영일 기업은행 감사가 모두 금감원의 감사추천제 폐지 이후 감사로 자리를 옮겼다.


이외에 삼성생명, 삼성카드, KDB생명, KB생명 등도 감사원 출신이 감사를 맡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감사원 출신 감사는 금융 지식에 어두운 경우가 많다"면서 "금감원 출신에 대한 전관예우를 없애려다 보니 또 다른 부작용이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일권 기자 ig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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