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유통의 명가...비상장가족경영 후계자양성치중
[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 마가리타 루이 드레퓌스(50)는 세계에서 가장 부자인 러시아 여성이다. 미국의 경제주간지 포브스는 최근 마가리타의 개인 자산을 3월 현재 60억 달러(한화 6조5110억 원)로 추정해 세계 196위의 억만장자로 평가했다.
이 재산의 대부분 남편으로부터 상속 받은 것이다. 그녀의 남편은 프랑스에서 출발한 다국적 농산물 중개업체 루이드레퓌스그룹(Louis Dreyfus Group)의 소유주인 드레퓌스 가문의 후손 로베르 드레퓌스다.그는 2009년 7월4일 63세의 일기로 세상을 뜨면서 전재산을 러시아 태생의 부인과 세자녀에게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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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가리타는 현재 루이드레퓌스그룹의 지주회사인 루이드레퓌스홀딩 BV의 회장이자 감독이사회 의장으로 그룹 경영을 진두지휘하고 세 자녀를 후계자로 양성하면서 드레퓌스 가문의 역사를 이어갈 준비를 차근차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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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퓌스 가문은 7살에 부모를 여의고 외할아버지 손에 자란 그녀가 결혼을 감히 꿈도 꾸지 못할 정도의 부자가문이었다. 한때 프랑스 5대 부자가문으로 불린 유태인 부자 가문이었다. 루이드레퓌스그룹은 세계 농산물 시장을 주무르는 중개업체인 ABCD 즉 미국의 아처대니얼스미들랜드(ADM),아르헨티나의 번지(Bunge),미국의 카길(Cargill)에 이어 D를 구성하는 막강한 기업이다. 이들은 세계 곡물교역량의 약 80%, 곡물저장시설의 75%, 운송을 위한 항만시설의 50%를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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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퓌스그룹은 농산물 중개업으로 2011년에 595억 달러의 매출을 올린 것을 비롯,그룹 전체로는 1200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린 재벌기업이다.이 기업은 프랑스 알사스의 유태인 레오폴 루이-드레퓌스가 18살이던 1851년 세운 세운 곡물회사에서 출발했다. 오늘날 드레퓌스그룹은 상품(commodities)과 에너지, 부동산을 주축으로 하고 있지만 상품중개와 가공,운송을 주축으로 한다. 53개국에 72곳의 사무실을 두고 면화와 쌀, 오렌지주스,커피,구리와 아연 등 비철금속과 우유, 비료,설탕과 에타놀 등 18개 상품을 거래하며 수확기에는 전세계에서 3만8000명을 고용하는 재벌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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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덩치가 크지만 루이드레퓌스그룹은 그러나 162년 동안 비상장 가족 경영을 하고 있다. 1915년 창업자 레오폴이 영면하자 그의 두 아들 루이와 샤를이 회사를 물려받았다. 이들의 지분은 루이의 두 아들 장과 프랑수와, 샤를의 아들 피에르에게로 넘어갔다. 2차 대전때는 프랑스 괴뢰 비시정부에 많은 자산을 압류당해 일부 가문 구성들은 미국으로 도피했다. 피에르의 아들이자 창업주의 증손자인 제라르가 1969년 회장이 돼 경영을 하다 2006년 장의 막내 로베르가 회장직을 물려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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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베르는 미국의 경제주간지 포브스가 1996년에 "프랑스에서 가장 똑똑한 기업인중의 한 사람"으로 격찬하고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가 이듬해에 세계 25대 경영자중 한 사람으로 상찬한 뛰어난 경영자였다.
제라르보다 14살이 어린 로베르는 경영대학 에콜 드 카드레(Ecole de cadres)와 하버드 경영대학원을 졸업한뒤 1973년 회사지분의 절반을 소유하고 있던 아버지의 요구로 년 가문기업에 합류했다. 그는 오일시드 사업 등 브라질에 집중하고 다른 농작물로 사업영역을 다각화하는 것을 거들었다.
그렇지만 로베르는 가문의 이름이나 가문의 돈이 아니라 자기손으로 성공하고 싶어 1982년 가문을 떠나 근 10년 동안 미국의 제약 시장조사회사 IMS에 합류해 영국의 광고회사 사치앤사치,독일의 스포츠용품회사 아디다스 등의 CEO을 맡아 성공을 거뒀다.
1996년에는 프랑스의 명문 축구구단 올림피크 드 마르세유 구단주가 됐다. 로베르는 1988년 런던으로 가는 비행기 옆자리에 앉은 마가리타에게 양치기 개 사진을 보여준 것을 인연을 맺었다. 레닌그라드 출신으로 모스크바국립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한 마가리타는 스위스 교환학생과 결혼해 스위스로 왔지만 이혼해 회로기판업체에서 전화 판매원으로 일하고 있었다. 역시 이혼해 취리히에서 혼자 살고 있던 로베르는 마가리타에게 문서를 러시아어로 번역하는 일을 맡기면서 가까워졌고 4년뒤 결혼해 두 쌍둥이를 비롯해 세 아들을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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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사다마라고 할까? 로베르는 아디다스 CEO,로 있을 때인 1997년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온갖 명약과 신기술을 동원해도 그의 건강은 나빠졌다. 10년을 끈 백혈병이 2007년 중반 악화되자 병상의 로베르는 아내를 위한 결단을 내렸다. 그는 아키라(Akira) 지주 재단을 창설하고 자기지분 61%를 넘기는 한편, 지분을 99년간 매각하지 못하도록 했다. 또 마가리타를 3인으로 구성된 재단이사회의 가족신탁관리자(이사)로 지정해 표결로 퇴출당하는 것을 원천봉쇄했다. 그는 두 누이와 조카 둘에게도 아키라 재단 지분 31%를 재단이나 지주회사에 매각할 수 있는 옵션을 걸어뒀다.
2년뒤 로베르가 세상을 뜨자 가정주부 마가리타는 경영자로 변신했다. 로베르는 생전에 사업 출장을 갈 때 꼭 마가리타를 데리고 다니면서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그녀를 준비시켜놓았다.
그녀는 현재 병상의 로베르가 회사를 비상장사로 유지하고, 후손들에게 물려주라는 유언을 실천하고 있다. 2010년 6월 당시 회장겸 최고경영자인 자크 베이라(Jacques Veyrat)와 아키라 위원인 에릭 마리(Erick Maris)를 퇴진시킨 것도 남편의 유언을 거스르는 주식상장과 합병문제 때문이었다. 그녀는 2011년 3월에는 드레퓌스그룹 지주회사 회장에도 취임해 경영에 대한 감독의 고삐를 죄고 있다.
마가리타는 또 드레퓌스를 경영할 후계자를 양성하는 데 주력하고 있어 창업자의 5세 경영을 볼 날도 머지 않았다. 21살인 장남 에릭(Eric)을 스위스 상품중개업체 글렌코어의 인턴으로 상품거래의 A부터 Z까지를 밑바닥에서부터 배우게 한 것은 단적인 예이다.
아울러 아키라 재단의 나머지 지분 39%를 추가 매수해 지배력을 공고히 할 뜻도 감추지 않고 있다. 이 경우 시누이와 조카와의 관계가 변수가 될 수 있다.그렇지만 마가리타는 언론 인터뷰에서 "나의 목표는 병상의 로베르의 꿈을 실현하는 것"이라면서 "그것은 아들과 손자,증손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자 회사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며 단호한 의지를 보였다.
루이드레퓌스그룹과 가문의 앞길이 탄탄대로일지는 미지수다.상품시장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데 자체 신용만으로 회사채를 발행하거나 은행대출로 자금을 조달하는 데 는 한계가 있다. 비상장 가족경영은 기업 성장을 가로막는 족쇄가 될 수 있다. 여성경영자 마가리타의 행보가 관심을 끄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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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준 기자 jacklon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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