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2월 4일부터 시작된 2월 임시국회가 5일 오후 본회의를 끝으로 한달간의 회기를 마쳤다. 박근혜정부 출범에 맞춰 열린 2월 국회의 최대 현안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본회의 처리였다. 여야는 일하는 국회, 특히 최악의 오명을 썼던 18대 국회를 답습하지 말자며 상생의 국회를 약속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당초 14일 본회의에서 처리될 것으로 '기대'됐다. 여야가 잠정 합의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각 부처의 명칭에서부터 소관업무 등을 두고 이견이 노출되기 시작했다. 야당이 제동을 걸면서 삐걱였고 불안한 조짐을 보였다.
결국 이날까지 여야는 20여 차례의 협상을 거치는 동안 2월 14일, 18일, 26일 본회의 처리를 불발시켰다. 4차 처리 시한인 이날 본회의 처리를 위해 전날 심야회동과 오전 오후 물밑접촉을 가졌지만 결국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
이날 오후 2시에 시작된 본회의의 안건에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빠졌다. 정부조직법이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고 상임위와 법사위에서 장관 후보자들의 인사청문회 일정까지 겹치면서 민생법안들도 줄줄이 처리가 미뤄졌다.
이날 본회의에서 군용비행장의 외곽지역 이전을 지원하는 내용의 '군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을 처리했다. 장외파생상품 중앙청산소(CCP)를 도입하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비롯한 20여건의 법률안을 함께 처리했다. 새누리당 몫인 이학수 국민권익위원 추천안도 가결됐다.
강창희 국회의장은 본회의에 상정된 안건이 처리되고 나서 마지막 5분 자유발언에 앞서 마무리 발언을 자청하고 나섰다. 강 의장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본회의에서 상정되지 못한 것을 두고 "아직도 새 정부를 제대로 구성할 수 없게 된 데 대해 우리 국회는 국민께 머리를 들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 의장은 "지난 2월 4일 개회식에서 저는 의원 여러분에게 여야의 차이를 넘어, 그리고 대승적으로 새 정부가 본격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협력해 줄 것을 호소했다"면서 "그러나 이 시점에 이르러 저나 여러분이나 참담한 심정은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강 의장은 "비록 늦었지만 국민의 우려를 씻어 드리고 새 정부가 하루라도 빨리정상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협력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라면서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라는 말이 있듯이 최선보다 나은 차선이 얼마든지 있다는 상식을 떠올리는 것도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강 의장은 "이제 5분 자유발언이 끝나면 이번 임시국회는 끝나지만 국회는 계속열려 있어야 한다"면서 "우리 모두 새로운 자세로 국민을 두려워하면서 배려와 포용, 그리고 절제의 원칙에 입각해 문제를 해결한다는 각오로 여야 지도부와 동료의원 모두 분발해 줄 것을 간곡히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강 의장의 일침과 호소가 있었지만 5분 자유발언에서 여야는 네탓 공방을 이어갔다.
정부조직법의 운명은 3월 국회로 넘어갔다. 새누리당은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를 위한 3월 임시국회를 단독으로 소집했다. 개원은 8일이다. 민주당은 그러나 협상을 계속해 타결이 지어지면 그때 원포인트 국회를 열자고 맞섰다. 임시국회는 여야 어느 한 쪽의 단독으로도 소집할 수 있지만 안건 처리를 위해서는 여야가 본회의 등 의사일정에 합의해야 한다.
새누리당 신의진 원내대변인은 "민주당이 정부조직 개편안의 처리를 무작정 지연시키거나 새 정부 출범을 발목 잡으려는 의도를 드러내는 게 아닌지 심히 우려된다"면서 "민주당은 말로만 '새 정부의 원만한 출범을 돕겠다'고 하지 말고 행동으로 진정성을 보여주기를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말했다.
민주통합당 윤관석 원내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여당의 임시국회 소집요구는 청와대의 국회 밀어붙이기에 밀린 '조인트 국회'"라며 "선(先) 합의 원포인트 임시국회를 통해 3월 임시국회에서 정부조직법이 처리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경호 기자 gung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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