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편물, 인터넷 정보 챙겨..."오후 6∼9시 노려라"
[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주부 9단 김은미(46)씨는 자타가 공인하는 알뜰녀다. 알뜰녀라고 하면 시장에서 장을 보고 옷은 인터넷이나 아울렛을 이용해 구입할 것 같지만 사실 김 씨는 백화점에서 장을 보고, 옷을 산다. 자신만의 알뜰 쇼핑 노하우를 공개하겠다는 김 씨를 따라 2일 오후(6시15분께) 서울 목동 현대백화점을 찾았다.
김 씨는 정확한 정보와 시간대만 잘 맞추면 판매가보다 50% 이상 할인된 가격에 상품을 구입할 수 있다며 종종걸음으로 지하 1층 구두·핸드백 코너로 향했고, 그곳에서는 '구두· 핸드백 봄 상품 특가대전'이 열리고 있었다.
뉴요커를 대표하는 슈즈 브랜드 나인웨스트(NINE WEST)는 반값인 5만9400원∼13만9300원에 판매되고 있었으며, 세라 구두도 특가인 7만9000원(정가 12만9000원)에 판매됐다. 또 브라스파티의 지갑과 핸드백도 5만원에서 11만9000원의 저렴한 가격에 소비자들을 유혹했다.
그러나 김 씨는 이들 상품을 지나 행사장 안쪽에 자리 잡은 '디자이너 백팩 팝업스토어'를 찾았고, 무려 70% 할인된 가격에 가방을 구입했다. 디자이너들의 상품을 한곳에서 만나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신기했는데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알뜰녀 답게 김 씨는 품목, 가짓수, 장소 등 시간대별로 할인상품을 언제 내놓고 판매하는지 정확하게 꿰뚫고 있었다.
7시가 조금 넘자 김 씨는 자신을 따라오라며 식품 코너인 지하 2층으로 안내했다. 현대백화점 목동점 지하 2층은 식품 코너는 물론 영화관(CGV)과 젊은이들의 의류 코너인 유플렉스 (U-plex)까지 밀집돼 있어 유동인구가 항상 많은 곳이다. 특히 이날은 토요일 오후라는 특수성 때문에 발 디딜 틈 없이 수많은 사람들로 가득 찼다.
웅성웅성 거리는 사람들 속으로 "아무거나 3팩, 만원에 드립니다"라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김 씨는 "백화점은 매일 저녁 6시부터 9시까지 할인판매를 한다"며 "대부분의 음식들이 신선관리가 필요한 제품이다 보니 최대 50% 이상 할인 판매를 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렇다고 아무 제품이나 구입하면 안된다"며 "신선도에는 문제가 없는지, 아침부터 판매가 안된 제품인지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이들의 간식과 남편의 저녁 반찬을 고르던 김 씨는 그린푸드에서 바베큐리조또(6500원) 2개와 고등어구이(6000원) 1개를 1만원에 구입했다. 기존 가격 대비 9000원 저렴하게 구입 한 것이다. 또 어른들을 위해 카이덴야끼에서 7500원에 판매되던 레드빈 1팩(6개)을 1500원 저렴한 6000원에, 베즐리 베이커리에서 1만6500원에 판매되던 미니딸기롤 2개와 미니파운드 1개 세트를 6500원 저렴한 1만원에 구입했다. 이어 김 씨는 백화점 마트에 들어가 신선한 과일과 야채를 기존 판매가보다 30∼60% 할인된 가격에 구매했다.
이날 김 씨가 쇼핑한 금액은 총 9만5000원으로, 만약 정가에 제품을 구입했다면 50만원이 훌쩍 넘는 금액이다.
김씨는 "알뜰족이 되기 위해서는 백화점 우편물이나 인터넷 정보에 귀기울여야 한다"며 "특히 의류는 주말에 초특가 행사를 하는 경우가 많고, 여성 의류매장은 오후 2시에서 5시 사이에 깜짝 할인판매를 하는 일들이 많다"고 귀띔했다.
김 씨는 또 "식품은 매일 저녁 6시부터 9시 사이에 가면 최대 70% 이상 저렴하게 제품을 구입할 수 있다"며 "이 시간에는 선착순을 걸어 떨이로 판매하는 경우도 있으니 귀를 쫑긋 세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백화점 관계자는 "기존 백화점의 피크 타임은 평일 오후 3시30분에서 5시, 주말 1시부터 오후 6시였으나, 지금은 폐점 전 2시간이 피크 타임으로 변했다"며 "이는 경기 불황이 이어지면서 마감 시간에 쇼핑하려는 알뜰족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백화점도 마감판매 제품을 대폭 늘리는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광호 기자 kw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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