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 부동산 거래 활성화 대책의 하나로 언급돼온 '취득세 감면' 법안이 두달째 국회의 벽을 넘지 못하고 낮잠을 자고 있다. 새 정부가 시장에 기대심리를 잔뜩 불어 넣었지만 법안통과가 지연돼 부동산 거래시장은 동면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분양가상한제를 원칙적으로 폐지하는 법률안도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주장과 달리 야당의 반대에 좌절돼 새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또다시 찔끔 흉내내기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취득세 감면조치가 발표되면 부동산 거래 때 수백에서 수천만원까지 세부담을 줄일 수 있다. 그 효과가 지난해 실시한 9ㆍ10 대책으로 이미 입증됐다. 서울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9월 2144건이던 매매 건수가 취득세 감면 시행 이후 10월 4065건, 11월 4761건, 12월 6879건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하지만 지난해 말로 혜택이 종료되면서 지난 1월 1178건으로 거래가 뚝 끊겼다.
취득세 감면 연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다. 박 대통령은 당선 이후인 1월9일 대한상공회의소를 방문한 자리에서 "취득세 감면 연장은 당과 협조해 조속히 처리되도록 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여야 고위관계자들도 모두 취득세 감면 연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취득세 감면 내용이 담겨 있는 지방세법 개정안을 발의한 진영 새누리당 정책위 의장은 지난 5일 "취득세 감면안은 2월 임시국회에서 최대한 빨리 처리한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야당은 여기서 한 발 더 나간 상태다. 이용섭 민주통합당 정책위 의장은 지난 7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취득세를)한시적으로 인하할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인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조직법 개정안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취득세 관련 법안 처리는 일정도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 법안은 취득세뿐만이 아니다. 부동산 침체기에 효과가 없는 규제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분양가상한제 폐지 법안도 27일 국회 상임위에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다음 회기에 처리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야당이 당론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경 민주통합당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분양가상한제는 민주통합당의 당론이며 부동산 거품이 최고조에 달했던 시절 실시됐다"면서 "분양가 상한제가 폐지되면 과거와 같은 (건설사의)폭리와 높은 분양가 책정의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에서 이 제도는 유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 법안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2004년 도입된 이 제도는 양도차익에 대해 2주택자 50%, 3주택자 60%의 세율을 부과하는 것이다. 하지만 2009년 부동산 경기 침체와 함께 유예돼 왔다.
지난해 말로 유예 종료를 앞두고 부동산 거래 활성화를 위해 이 제도의 폐지에 대한 논의가 있었지만 결국 국회 논의 과정을 거치면서 1년 연장으로 가닥이 잡혔다. 투기를 목적으로 주택을 구입한 사람 뿐 아니라 일시적 2주택자까지 양도세 폭탄에 대한 우려감을 갖게 되면서 거래는 더욱 위축 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부동산 대책이 여야의 정쟁으로 인해 늦어지는 사이 시장은 혼란만 가중되면서 주택 매매는 없이 전ㆍ월세 가격 상승만 이어지고 있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지난해 주택 거래량은 73만5400건으로 전년(98만1200건)보다 25.1%가 감소했다. 이는 주택거래량을 조사하기 시작한 2006년 이후 가장 적은 수치다.
전국 미분양 주택 수도 상승세로 돌아섰다. 국토부는 지난 1월 전국 미분양 주택이 7만5180가구로 전월(7만4835가구) 대비 345가구 늘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한시적으로 실시했던 미분양 주택 양도소득세 감면 혜택이 종료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박합수 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국회가 3년 이상을 끌어온 대책도 통과시키지 못하는 데 다른 부동산 대책은 제대로 통과시킬 수 있을지 수요자들은 불안해 할 수밖에 없다"면서 "정부는 대책을 발표만 하고 통과는 안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정책당국에 대한 불신만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정책을 발표하기 전 국회 통과에 대한 충분한 교감이 있은 후 시행이 이어져야 정책도 제대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민찬 기자 lee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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