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생활 마감 앞두고 현안에 대한 아쉬움 표명
"4대강 사업은 역사가 평가, KTX경쟁체제는 필요"
'클린 장관' 대명사..부서 회식서도 더치페이 주문
[아시아경제 조태진 기자]"등산을 마친 것처럼 마음이 홀가분하다. 고향에 내려가 아버지 묘소부터 둘러 볼 생각이다."
'35년 공직생활'을 해온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이 퇴임을 눈앞에 두고 허심탄회하게 심경을 털어놓았다.
권 장관은 "토목공학을 전공했음에도 행정고시를 보고 공직과 인연을 맺은 것은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며 "장관에 오른 아들의 모습을 보지 못하셨는데 이번에 찾아가서 그동안 해왔던 일들을 되돌아보고,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을 정리해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권 장관은 MB정부 들어 생겨난 국토부의 정종환 장관에 이어 바통을 물려받아 4대강, 보금자리주택, KTX 경쟁체제, 택시법, 동남권 신공항 등 국민적 관심사가 뜨거운 초대형 이슈를 최전선에서 다뤄온 주인공이다.
그런 권 장관의 업무와 관련한 특징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지인들은 의외의 답을 내놓는다. '불도저식'이나 '뚝심' 등이 아닌 '청백리'라는 답이 돌아온다. "공직생활을 하는 만큼 국가와 국민을 위해 봉사해야지, 무엇인가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는 그의 지론이 너무 강해서라는 게 직원들의 평이다.
권 장관은 19일 간담회에서도 "누구에게 부탁하지도, 부탁받지도 않겠다는 마인드가 밑지는 인생으로 연결되지 않겠냐는 생각이 한 번씩 들기도 했던 건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그런 올곧은 자세가 자산으로 누적돼 현재의 자리까지 오게 한 것 같다"고 소회했다.
지난 2007년 행시 21회 동기인 이춘희 차관이 부임하자 후배들에게 앞길을 열어주겠다며 용퇴하고, 지인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집까지 분당으로 옮긴 일화는 유명하다. 또 지난 2011년 5월 장관에 오른 직후 부서 회식에서 직위 고하를 막론하고 '더치 페이'를 하도록 주문한 것은 공직사회에서 아직도 회자되고 있다.
그런 권 장관이 스스로 매긴 공직수행 성적표는 '2% 아쉽다'로 모아진다. 국내 건설업체의 해외사업 수주를 지원하기 위한 외교활동은 역대 국토정책 수장 가운데 최고로 꼽힌다. 지난해에는 연 700억달러 수주목표 달성을 위해 집무실에 실적 달성 현황판을 설치하고, 담당 실무진을 수시로 불러 건설사들의 지원책을 주문하기도 했다.
그러나 의욕을 가지고 추진했던 KTX경쟁체제 도입은 별 성과 없이 차기 정권으로 넘어가게 돼 오점을 남겼다.
이에 대해 권 장관은 "산하기관인 코레일 경영진이 정부부처의 입장에 정면으로 맞서 반대입장을 천명할 때가 가장 힘들었던 시기였다"며 "철도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공기업이 독점권을 가지고 있으면 안 된다는 소신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보 안정성, 수질 문제로 끊임없이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4대강 사업에 대해서는 역사의 평가에 맡기겠다는 뜻을 표했다. 감사원 결과로 커진 부실 의혹에 대해서는 "한 치의 부끄러움도 없다"며 "긴 안목을 가지고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4대강 공사가 마무리된 후 주변 생태계가 복원되고 있다는 사실은 곳곳에서 입증되고 있다"며 "지적된 문제들은 핵심적인 공정이 아닌 부속시설 등에 국한된 문제여서 전체로 비약해서는 안되고 비생산적 논쟁일 뿐"이라고 말했다.
조태진 기자 tj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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