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환율, 중국 모멘텀>
[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국내증시가 연초부터 이어진 '청개구리 장세'에서 벗어날 조짐을 보이면서 코스피 2000선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무서운 속도로 이어지던 엔화 약세가 숨 고르기에 들어간 상황에서 외국인이 수급상 긍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어 앞으로의 방향 역시 기대해볼만 하다고 점쳤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 7일부터 15일까지 코스피 시장에서 4565억원어치를 담으며 지수 상승에 힘을 실었다. 선물시장 외국인 역시 같은 기간 7562계약을 순매수했다. 주간 외국인 선물 매수 포지션은 6주 만에 매수 우위로 전환됐다.
오승훈 대신증권 투자전략가는 "지난달 외국인의 공격적인 매도를 이끌었던 차익잔고 청산이 일단락됐고, 애플 실적과 현대차의 실적 발표, 환율 우려 등이 겹치며 대표주에 집중됐던 비프로그램 형태의 매도 압력도 크게 약화됐다"며 "미국계(뱅가드 청산), 유럽계(차익잔고 청산)의 수급공백을 중국계 자금이 상쇄해 주고 있어 긍정적 변화에 대한 기대를 키워볼만 하다"고 진단했다.
시장에 특별한 충격이 작용하지 않는다면 외국인 선물 역시 완만한 매수 포지션 전환이 기대된다는 평가다. 외국인이 매수 포지션으로 전환할 경우 차익 매도세의 둔화를 불러와 전체 프로그램 수급은 매수 우위를 기대할 수 있다. 김지혜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외국인의 선물 순매수 규모에 비해 미결제약정의 증감이 적게 나타나고 있어 내부적으로는 단기 투기적 포지션의 회전이 빠른 것으로 추정된다"며 "특별한 글로벌 이벤트가 악재로 작용하지 않을 경우, 완만한 선물 매수 포지션 전환을 기대할 수 있다"고 짚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그간 국내증시의 발목을 잡아왔던 엔화 약세가 한풀 꺾일 것이라는 전제가 성립돼야 한다. 시장 전문가들은 지난 주 말 마무리된 G20재무장관회담의 성명서에 일본에 대한 구체적 언급이 없었다는 점과 일본은행 총재에 '강성' 무토 토시로 다이와종합연구소장이 유력하다는 점 등에 따라 엔화가 재차 약세를 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엔화 약세의 가속화보다는 약세의 되돌림에 주목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오 투자전략가는 "G20 공동성명을 통해 '경쟁우위'를 목적으로 한 환율 목표 설정을 금지했기 때문에 이전 대비 일본정부의 엔화 약세와 관련한 광폭 드라이브는 한 풀 꺾이게 될 것"이라며 "1990년 이후 엔·달러 환율 흐름을 보면 국제 공조가 있었던 지난 1995년 4월 역플라자 합의를 제외하고 두 차례의 엔·달러 상승 국면에서 20%의 상승률이 1차 임계점으로 작용했는데, 현재 국제공조가 없는 엔·달러 상승의 1차 임계점에 근접한 상태"라고 강조했다.
서서히 강화돼 온 중국 모멘텀도 힘을 실어줄 것으로 평가됐다. 올해 춘절 연휴 소매판매액은 5390억위안을 기록해 지난해 대비 14.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춘절 소매판매 증가율보다 낮아지기는 했으나 7% 후반으로 키를 낮춘 경제성장률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성적이라는 판단이다. 다음 달 양회(인민정치협상회의·전국인민대표대회)를 전후로 최저임금 인상, 추가 소비촉진정책 등의 정책 출시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혔다.
김유리 기자 yr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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