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북한이 강행한 핵실험의 정확한 규모는 얼마나 될까. 우리 정부가 공식적으로 북한의 1차 핵실험규모는 인공지진 규모가 3.9, 2차 핵실험때는 4.5, 3차 핵실험은 4.9다. 하지만 해외기구에서 보는 수치는 이보다 높다. 1차 핵실험의 경우 유엔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기구(CTBTO)는 4.1, 2차 핵실험의 경우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4.7로 분석했다. 이번 3차 핵실험의 경우에도 우리나라의 경우 4.9로 발표했지만 독일 연방지질자원연구소는 5.2로 크게 분석했다.
해외기관보다 우리정부가 공식발표한 규모가 작은 것에 대해 일각에서는 성공적 핵실험의 기준으로 통하는 폭발력 10kt이 CTBTO 공식에서 규모 5.0에 해당해 그 이하로 맞춘 것 아니냐는 논란도 일고 있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한 시간만에 5.1에서 4.9로 낮췄는데 10kt이라는 심리적 마지노선을 넘으면 안되기 때문에 나온 값인 것 같다"며 "왜 이렇게 일관성 있게 과소평가하는지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기상청을 비롯한 국내 기관들은 규모 분석에 사용한 관측소와 진앙과 거리가 가깝고 관측망도 조밀하기 때문에 외국이 산출한 지진 규모에 비해 더 정확하다는 입장이다.
이런 논란과 별개로 국내외 기관들이 여러 공식에 따라 내놓은 폭발력은 말 그대로 추정치일 뿐 누가 맞고 틀린지 말하기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오차를 줄이려면 핵실험 당시 주변의 정보를 폭발력 계산에 반영해야 하지만 이번 3차 핵실험은 아직까지 알려진 게 거의 없기 때문이다. 2차 핵실험도 전세계 지진학자들의 연구 끝에 2.3∼5.7kt의 위력을 지닌 것으로 의견이 모였지만 차이를 많이 좁히지는 못했다.
그나마 CTBTO가 16일 이번 3차 핵실험으로 인한 인공지진규모를 당초 5.0에서 4.9로 다소 낮춰 우리정부와 수치가 일치하고 있다. 공식적으로 기록될 수치라는 것이다. 특히 CTBTO가 내놓은 수치는 1, 2차 핵실험때보다 더 많은 관측소에서 확정된 값이다.
CTBTO는 16일 홈페이지를 통해 "96개 관측소에서 북한의 지진활동에 대한 관측자료를 보내왔다"며 수정된 규모인 4.9가 확정된 값이라고 전했다. CTBTO에 따르면 국제감시제도(IMS)에 따라 전세계에 설치된 관측소 가운데 2006년 북한의 1차 핵실험 때는 22곳에서, 2009년 2차 핵실험 때는 61곳에서 핵실험이 탐지됐다.
학계에 따르면 인공지진의 실체파 규모(mb)를 TNT의 양으로 환산하는 공식 가운데 이른바 '머피 지진원모델'에 기상청 등 국내 기관이 분석한 규모 4.9를 대입할 때 16.2kt의 폭발력이 산출된다. 이는 일본 히로시마에 떨어진 핵폭탄의 위력(16kt)과 맞먹는다. 만약 독일 연방지질자원연구소가 측정한 5.2로 계산하면 폭발력은 38kt이 된다.
정부 관계자는 "국제감시제도(IMS) 공식은 일종의 전세계 평균치"라며 "북한은 암반이 단단하고 감쇠효과가 작기 때문에 이보다 낮게 평가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 환산식은 과거 미국이나 소련 등지에서 핵실험으로 발생한 인공지진 사례를 토대로 만든 일종의 경험식이다. 이 때문에 사용한 자료에 따라 편차가 크다. 규모가 1.0 커질 때마다 에너지는 약 32배 증가한다는 일반적인 지진의 규칙과도 다르다.
자연지진은 규모가 0.4 커지면 에너지는 4배 증가한다. 그러나 국내 기관이 분석한 2ㆍ3차 핵실험의 실체파 규모인 4.5와 4.9를 IMS 공식에 각각 대입했을 때 폭발력의 차이는 2.5배 정도로 격차가 줄어든다.
양낙규 기자 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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