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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1년 조선의 공노비 해방, '노주계'가 암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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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1년 조선의 공노비 해방, '노주계'가 암시했다 경주 옥산 여주이씨 독락당 노주계 문서(사진=한국학중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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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1741년(영조 17년) 일선(日先), 차봉(次奉), 화리동(禾里同) 등 노비 10명이 경주 이씨 문중 종손 이희성와 벼 4석(80두)을 기금으로 '노주계(奴主契)'를 맺었다. 2석은 주인인 이씨 가문에서 내고 2석은 노비들 각자가 갹출해 내놓았다. 노주계 문서에는 이 곡식을 가지고 이식(利殖, 이자가 이자를 낳게해 재물을 늘리는 것)을 통해 기금을 불리는 한편 그 돈으로 노비와 가족들을 보존하고 상전의 제반 사역에 응하자는 내용이 담겨있다. 주인의 담장을 수리하는 일, 대운력(大運力)과 소소한 잡역이 있을 때 노비들이 직접 몸으로 때우지 아니하고 적립된 계금, 여기서는 계곡(契穀)을 사용해 일을 처리하기로 했다.

양반과 노비가 노주계를 결성했던 까닭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도망'이라는 양반에 대한 노비들의 간접적 저항이 끊이지 않아서였다. 18, 19세기의 조선시대 노주계의 존재를 두고 안승준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 국학자료연구실 책임연구원은 "주인과 노비 관계가 중세적 신분 관계에서 일정한 임금을 지불하면 되는 근대적 경제 관계로 이행되는 순간"이라고 분석했다.


노주계의 배경에는 임진·병란의 양란 이후 양반중심의 유교적 윤리와 재분배 구조에 반하는 사회불만세력의 움직임이 있었다. 검계(劍契)·살주계(殺主契)·향도계(香徒契)등이 그것이다. 노비들 사이의 계는 흉기로 양반 상전들에게 위해를 가하기 위한 목적으로 결성됐다. 하지만 일반 노비들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들에게 간접적 저항형태는 바로 '도망'이었던 것이다. 소유재산인 노비를 붙잡아 두기 위해 양반들은 추쇄(推刷, 다른 지방에 몸을 피한 노비 등 을 모조리 찾아내 본고장에 돌려보내던 일)제도를 활용하고 노주계를 노비들과 맺었지만 이를 막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이어 1801년에는 '공노비 해방'을 맞이하게 된다.

안승준 책임연구원은 "국가 차원에서는 장부에만 있는 노비를 양인화시키고 이들에게 군역을 부과하고 세금을 받아들이는 것이 국가 경영상 훨씬 득이었다"며 "이런점에서 도망을 감행한 노비야말로 민주화 운동의 1세대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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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비들을 붙들려 했던 양반들이 '노주계'를 맺어도 소용이 없었던 것은 여러 이유가 있었다. 도망은 멈추지 않았고, 죽은 노비 중에는 자식이 없는 경우가 있었다. 또 타인 소유의 여자종과 혼인해 소생을 낳은 자로 사환에 응하지 않거나 남자 종으로 양녀(良女)를 처로 맞이한 노비도 있었다. 18세기 중엽 영조 대를 거치면서 종모법(從母法)이 시행되면서 노취양녀(奴娶良女)의 경우 그 소생은 어미의 신분을 따라 노비가 아닌 양인이 됐다. 천자수모법(賤者隨母法)에 의해 여자종의 주인에게 그 소생의 소유권도 넘어갔다.


안 책임연구원은 "인구의 3분의 2를 차지했던 노비의 이같은 문제는 조선 중·후기 조선 사회가 직면했던 중차대한 문제"였다며 "노주계로 부터 야기된 문제는 곧 노비사에 있어서 큰 터닝포인트였다"고 설명했다.




오진희 기자 valere@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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