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 애플에 대한 월가의 광적인 사랑이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으로 옮겨가는 듯하다.
아마존은 실적 발표 다음날인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나스닥 시장에서 전일 대비 4.77%(12.414달러) 상승한 272.7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주가는 사상 최고 수준을 호시탐탐 노리고있다.
애플은 실적 발표 이후 최근 주가가 13%나 하락하며 4일현재 442.31달러에 머물고 있다.
재미있는 점은 두 회사의 실적과 주가가 정반대로 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마존은 지난해 4분기 매출 증가에도 이익이 45%나 줄어드는 기대 이하의 실적을 내놓았다. 월가는 이 회사의 주당 순이익을 27센트로 예상했지만 결과는 21센트에 그쳤다.
애플은 주가가 폭락한 애플은 월가의 예상보다는 긍정적인 실적을 내놓았다. 약 2%의 순익하락이 예상되던 상황에서 큰 변동없는 이익과 18%의 매출 성장을 달성했다.
그럼에도 양사의 주가가 엇갈린 것은 영업이익률의 변화에 있다는 해석이다.
경제격주간 포보스는 아마존의 영업이익률이 2.7%에서 3.2%로 상승한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해석했다.
아마존이 벌려놓은 사업에서 충분한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희망을 투자자에게 심어준 것이라고 판단했다. 아마존이 낮은 가격을 미끼로 소비자들을 끌어들인 후 다양한 상품으로 이익을 늘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다는 뜻이다.
코한 기고가는 고가 프리미엄 전략을 택한 애플의 차별화 전략보다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낮은 가격에 제품을 판매하는 아마존의 저비용 전략에 대한 월가의 신뢰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두 회사가 판매하는 비슷한 제품의 가격만 봐도 두 회사간의 지향점의 차이를 쉽게 알 수 있다. 아마존의 태블릿PC 킨들 파이어는 199달러에 팔린다. 300달러가 넘는 애플 아이패드 미니에 크게 못미친다. 킨들에서 손해를 봐도 이익률이 높은 전자책을 통해 수익을 낸다는 것이 아마존의 전략이다.
제프 베조스 최고경영자(CEO)도 실적발표 후 인터넷 쇼핑몰업체에서 스마트 기기업체, 디지털 콘텐츠 사업자로 변신하는 `혁신의 과정`이라고 설명하며 새로운 미래에 대한 희망을 부채질했다.
애플은 아이폰 판매가 기대에 못미쳤다는 점이 가장 뼈아프다. 월가는 지난해 4분기 아이폰의 판매가 5000만대로 점쳤지만 결과는 4780만대에 그쳤다. 이영향으로 애플은 이익률이 38.6%에서 5%포인트나 하락했다.
피터 코한 포브스 기고가는 "저가 아이폰이 나올 것이라는 예상은 이익률이 더 하락할 것이라고 예고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 없다"라며 애플 주가의 추가 하락에 무게를 뒀다.
과거 애플은 비슷한 제조원가에도 경쟁사보다 높은 가격을 받아왔다. 지난해 3분기까지만해도 71%나 되는 매출총이익률을 기록했을 정도지만 이제는 내리막길로 내몰리고 있다.
코한 기고가는 "애플 주가가 과거로 회복되기 위해서는 아이패드 이후 끊긴 완전히 새로운 제품이 등장해야할 것"이라고 점쳤다.
백종민 기자 cinq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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