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악화시 부실대출 증가해 건전성 나빠질 수도
[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스페인 금융부분이 구조조정이 상당부분 이뤄졌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진단이 나왔다. 실적이 부진한데다 수신대비 여신비율이 지나치게 높아 부실화 위험이 있는데다 경기악화로 부실대출 비율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 탓이다.
영국의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 지난달 31일(이하 현지시간) 시장 정서는 올들어 좀 더 긍정적으로 바뀌었지만 스페인 은행은 여전히 불안하다며 이같이 전했다.
FT에 따르면,스페인 3대 은행인 산탄데르와 BBVA,카이사뱅크의 주가는 전달에 주가가 상승했다. 또 산탄데르와 BBVA의 회사채 발행도 무사히 이뤄졌다.
산탄데르가 240억 유로를 유럽중앙은행(ECB)에 조기상환하고 BBVA도 이를 뒤따르려고 하는 등 은행들이 ECB로부터 받은 장기저리융자금을 조기상환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스페인 정치권과 정부는 유럽연합에 1000억 유로의 구제금융을 신청할 수밖에 없었던 금융위기가 이제 해결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는 스페인 은행들은 정부와 유럽연합이 투입한 4000억 유로외에 추가 자본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피력했고 스페인 중앙은행인 스페인은행의 고위 관계자들도 “스페인이 완전히 숲에서 나온 것은 아니지만 구조재편의 기본작업이 이미 완료됐다”고 말했다.
또 에밀리오 보틴 산탄데르 회장은 “우리는 이제 새로운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그러나 은행들의 영업실적은 다른 얘기를 한다. 산탄데르는 31일 4·4분기 순익은 4억100만 유로(미화 5억4400만 달러)라고 발표했다. 이는 전년 동기 4700만 유로에 비해 9배 이상 증가했으나 전문가 예상치 8억160만 유로를 크게 밑돌았고 투자자를 실망시켰다.
연간 순익도 22억 유로로 전년에 비해 59%나 하락했다.18억8000만 유로의 충당금을 적립한 탓이었다.이 소식이 전해지자 주가는 3.4%나 하락했다.
더욱이 산탄데르가 자랑하고 있는 국제부문은 충담금 적립 이전 이익이 영국에서 20%,미국에서 25%,브라질에서 3%나 하락해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핵심 자기자본비율도 9월 10.38%에서 10.33%로 오히려 하락했다.
산탄데르의 라이벌인 BBVA는 1일 실적을 발표하는 데 블룸버그통신은 정부의 부실 부동산 정리 명령을 이행하느라 지난해 4·4분기에 손실을 냈을 것으로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12명의 애널리스트 설문조사결과 BBVA가 4분기에 8030만 유로의 적자를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했다.BBVA는 부동산 손실 때문에 16억 유로를 충당금을 쌓도록 요구받고 있다.
블룸버그는 BBVA가 은행 수익의 효자인 멕시코에서 전년보다 3% 준 4억4500만 유로의 영업이익을 내겠지만 스페인에서는 대규모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했다.2011년 4·4분기에는 스페인에서는 2억300만 유로의 흑자를 기록했으나 지난해 4·4분기에는 6억6400만 유로의 손실을 낸 것으로 블룸버그는 추정했다.
카이사뱅크는 국제화를 하지 못한 터라 부실대출이 3·4분기에 11억4000만 유로로 늘어났을 것으로 FT는 예상했다.
또 중소규모 은행인 방코 사바델 역시 4·4분기에 손실을 기록해 투자자를 실망시켰다.부동산 부실대출에 대한 충당금을 쌓느라 8억7300만 유로의 손실을 냈다. 1년 전에는 2억4500만 유로 흑자였다.
또 총여신중 부실여신 비중도 9월 8.46%에서 9.33%로 크게 상승했다.
FT는 애널리스틀도 스페인이 은행부문 정리에서 진전을 보이고 있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면서도 아직도 함정이 많으며 금융위기 이전의 흑자로 빨리 복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고 전했다.
마드리드의 IESE대학의 후안 호세 토리비오 경제학과 교수는 “스페인 시장에서만 영업하는 은행들의 순익은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 “은행지점망과 자산 두가지 측면에서 긴축 필요성이 있어 순익은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스페인 은행부문은 수신대비 여신 비율이 200% 이상으로 지나치게 높은 만큼 이를 줄여야 하는데 그것은 대출감소와 순익감소와 영업축소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경기악화도 문제다.올해 스페인 경제 성장률은 -1.5%로 예상되고 있으며 지난해 11월 말 26.6%를 기록한 실업률은 더 올라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경기 악화시 담보대출과 중소기업 대출에서 부실대출 비율이 증가할 가능성이 큰 만큼 은행의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질 수도 있다.
박희준 기자 jacklon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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