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비용항공시장도 '대기업 vs. 중소기업'
"母기업 등에 업은 진에어 에어부산 항공권 높게 책정
독립 항공사 정부지원 등 공정거래 환경부터 만들어야"
[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대형항공사들의 우월적 지위가 저비용항공사(LCC)들의 가격경쟁력 강화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현용진 KAIST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는 30일 한국미래소비자포럼 주최로 서울 을지로 페럼타워에서 열린 포럼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과 같은 대형항공사들이 LCC의 출범으로 시장을 잠식당하자 경쟁을 위한 항공사(Fighter Brand)를 출범시켰다"며 "이들의 등장이 LCC의 저비용 모델을 고착시키기 보다는 독립LCC와의 경쟁을 위한 목적을 두고 활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한항공의 진에어나 아시아나의 에어부산의 경우 제주항공, 이스타항공, 티웨이항공 등과 같은 독립LCC들과 좀 더 낮은 가격을 향한 경쟁을 펼치면서 시장을 점유율을 높여야 정상적인데 대형항공사들의 LCC가 독립LCC와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적정한 가격에 항공권을 내놔 가격경쟁을 저하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대형항공사들이 기존 고급 브랜드 항공사의 포지셔닝을 훼손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격경쟁에 적극적이지 않으며,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가격에 크게 민감하지 않고 서비스 만족도를 중요시 여기는데 기인한다는 게 그의 의견이다.
다만 그는 국내선에 해당하는 사항으로, 국제선의 경우 외항사의 진입으로 경쟁체제가 유지돼 가격이 낮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항공권 유통시장에서도 대형항공사들의 우월적 지위가 LCC들의 가격경쟁력 강화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현재 항공권 유통시장에서 중소형 항공사들의 협상력은 약화되고 있으며 결국 항공사 홈페이지를 통한 직접 판매에 집중할 수 밖에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여기에 그는 대형항공사 소속 LCC는 그룹의 시너지를 얻을 수 있는 반면 독립 LCC는 모든 서비스를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점에서 불공정 경쟁의 소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유류비도 대형업체가 가격경쟁력을 가질 수 밖에 없어 공정항 경쟁이라고 말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그는 이에 LCC끼리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정부차원에서 독립LCC를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LCC의 향후 발전이 국제선 개척에 달려있다는 점에서 국제선을 LCC에 개방하는 정책과 LCC터미널 등 LCC인프라 조성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영철 제주항공 경영본부장도 "LCC성장을 위해 자체 활동도 중요하지만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며 "특히 운수권 배분의 경우 LCC들도 공정하게 받을 수 있는 토대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성진 한국소비자원 정책연구실장은 "경기 침체 등에 따라 소비자들의 항공권 가격 민감도는 계속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국내선에서의 비용편익시장 확대는 항공사들의 얘기이지 소비자들은 가격이 계속 낮아지길 원한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소비자원에 들어온 민원들로 미뤄볼 때 다른 것보다 가격 표시제가 총비용 개념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실제적으로 항공업계가 어떤 성분으로 이뤄졌나보다는 소비자 입장에서 얼마나 낮은 가격(유류할증료 등 상관없이)으로 항공권을 오해 없이 살 수 있는지 여부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또한 그는 "소비자원에 접수된 항공 관련 민원 중 전체의 60%가 대형항공사 40%가 LCC관련된 것"이라며 "대형항공사는 시장 점유율과 비교해 볼때 상대적으로 낮은 민원이 접수되고 있으며 LCC에 대한 불만은 훨씬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시아나 관계자는 "대형항공사와 LCC는 운영 철학 자체가 다를 수 밖에 없다"며 "독립LCC와 비독립LCC를 나눌 것이 아니라 LCC의 생존방안에 대해 LCC 자체적으로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도 "기업집단에 포함돼 있어도 대형항공사와 LCC는 다른 항공사"라며 "정비 등 대형항공사가 도움을 받는 부분도 LCC가 그에 해당하는 자금을 내놓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LCC와 다를 바가 없다"고 답했다.
황준호 기자 rephw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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