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창익 기자]"더 이상은 방법이 없는 것 같습니다."
용산역세권개발 관계자가 29일 새벽 전화통화에서 힘 없는 목소리로 털어놓은 얘기다.
코레일과 롯데관광개발이라는 개발 주체의 개발방식과 경영권 등에 대한 이견으로 사업이 무산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커진 데다 막판 디폴트를 막기 위한 자금마련 방안이 막힌데 따른 실망감이 역력했다.
28일 사업주체인 용산역세권개발(AMC)은 3000억원 규모의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을 발행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남아있는 자금이 수억원에 불과, 인건비와 설계용역비 등을 감안하면 운영자금이 고갈될 상황이어서 이 방법을 통해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ABCP는 사업이 무산될 경우 코레일로부터 받기로 한 토지 대금과 기간이자를 담보로 발행하는 일종의 '비상금'이다. 하지만 코레일은 이같은 방안에 반대했다. 랜드마크 빌딩 계약금 등을 감안하면 줄 돈보다 되레 받을 돈이 많아진다는 것이 코레일의 입장이다.
재무전문가가 아닌 상식적인 수준으로는 어느 쪽 말이 맞는지 단정짓기는 어렵다. 다만 31조원 규모의 사업이 좌초될 위기에 직면한 상황에서 양측 모두 나름대로 자신의 입장을 절규하고 있다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ABCP 발행이 무산된 이상 당초 예정대로 25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발행하는 것 외엔 디폴트 위기를 막을 뾰족한 방법이 없다. 하지만 30개 주주사 모두 나머지 29개사의 참여를 전제로 하고 있어, 이 또한 대주주 중 어느 한 곳이라도 적극적으로 나서 CB발행을 추진하기 전엔 불가능해 보인다. 결국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 얘기다.
금융이자 등을 갚지 못하면 결론은 용산개발 사업은 파국을 맞을 수밖에 없다. '데드라인은 ' 분기말 금융권 이자가 돌아오는 3월이다. 이로인해 AMC나 주주사 관련자들의 현재 분위기는 마치 모든 것을 체념하고 죽음을 기다리는 환자 같다.
최근 인기를 얻은 영화 '반창꼬'의 장면처럼 죽은 이의 심장을 다시 뛰게 하려는 절박감이 용산역세권 사업에서도 나올 수 있을까? 사업이 좌초될 경우 세계적 신인도 하락은 물론 더 복잡한 사후수습 과정을 낳을 뿐임을 아는 책임감 절절한 경영진이 있다면 가능하다는 생각이 든다.
김창익 기자 wind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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