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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철의 인사이드스포츠]이상화 역주에서 블레어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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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철의 인사이드스포츠]이상화 역주에서 블레어가 보인다 [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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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시간으로 오늘 새벽, 러시아 소치 아들러 아레나에서 열린 2014년 동계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이상화 선수가 대망의 올림픽 2연속 금메달의 꿈을 이뤘습니다.”

이런 소식을 내년 2월 12일 아침에 접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2010년 밴쿠버 대회에서 모태범과 함께 동계올림픽 사상 첫 스피드스케이팅 남녀 500m 동반 우승의 대기록을 달성한 이상화가 1년여 앞으로 다가온 소치 대회를 앞두고 피치를 올리고 있다.


이상화는 27일과 28일 미국 유타 주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열린 2013년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스프린트스피드스케이팅선수권대회에서 연승행진을 이어가진 못했지만 빛나는 질주를 거듭했다. 대회 첫날 1000m에서 1분14초39를 기록, 2009년 12월 같은 곳에서 자신이 세운 한국기록(1분15초26)을 0.47초나 앞당겼다. 한국 여자선수 가운데 1분 15초의 벽을 깬 건 이상화가 처음이다. 500m에선 중국의 위징에게 0.07초 뒤진 37초28로 올 시즌 이 종목 연승 행진을 8에서 멈췄으나 둘째 날 36초99로 1위를 탈환했다. 1000m에선 1분14초19로 결승선을 통과해 하루 만에 한국기록(1분14초39)을 다시 0.2초 앞당겼다. 종합 성적 3위. 2010년 오비히로(일본) 대회 이후 3년만의 정상 탈환엔 실패했지만 질주는 분명 거침이 없었다.

요즘은 스피드스케이팅도 거리별 세분화가 이뤄져 올라운드 플레이어를 찾기 어렵다. 이번 대회는 단거리 왕자를 가리기 위한 대회로 500m와 1000m 경기를 치렀는데 이를 육상경기 100m와 200m에 견주는 데는 무리가 있다. 여자의 경우 스피드스케이팅 4개 세부 종목은 두 종목 외에 1500m와 3000m가 있다. 1000m는 육상경기의 중거리쯤에 해당한다. 이상화의 스피드 업이 ‘중거리’에서도 이뤄지고 있는 셈.

역대 동계올림픽에서 스피드스케이팅 전관왕은 남녀 각각 한 명씩이 배출됐다. 남자는 1980년 레이크플래시드 대회의 에릭 하이든(미국· 500m 1000m 1500m 5000m 1만m)이고, 여자는 1964년 인스부르크대회의 리디아 스코블리코바(소련· 500m 1000m 1500m 3000m)다. 이런 기록은 더 이상 나오기 힘들다. 따라서 이상화의 이번 대회 종합 성적은 올림픽 500m 2연속 우승 가도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앞서 이상화는 21일 캐나다 캘거리에서 열린 2012~2013시즌 ISU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6차 대회 여자 500m 디비전 A(1부 리그) 2차 레이스에서 36초80만에 결승선을 통과해 지난해 1월 중국의 위징이 세운 세계기록(36초94)을 0.14초 앞당겼다.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그는 1998년 나가노,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에서 2연속 우승한 캐나다의 카트리오나 돈에 이어 12년 만에 동계 올림픽 여자 500m 2연속 우승자가 될 수 있다. 조금 더 길게 내다보면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단거리의 전설 보니 블레어(미국·1998년 캘거리, 1992년 알베르빌, 1994년 릴레함메르 대회 금메달)에 이은 올림픽 3연속 우승도 기대할 만하다.

[신명철의 인사이드스포츠]이상화 역주에서 블레어가 보인다 이상화[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들의 전성기는 대체로 20대 중·후반이다. 블레어가 올림픽에서 마지막으로 금메달을 땄을 때의 나이는 30세. 이상화는 다음 달 24일, 만 24세가 된다. 스프린트선수권대회 최다 우승자인 모니크 가브레흐트(독일)의 통산 다섯 차례 우승 가운데 마지막은 2003년 대회였다. 당시 나이는 35세였다. 네 번째 우승을 차지한 2001년 대회에선 결혼한 지 1년이 된 유부녀로 출전했다.


단거리 최강자였지만 가브레흐트는 올림픽 금메달과는 인연이 없었다. 1992년 알베르빌 대회 1000m 동메달,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 500m 은메달을 차지하는 데 머물렀다. 당일 컨디션에 적잖게 좌우되는 단거리 종목의 특성이 나타난 사례다. 비슷한 경우는 대표팀에서도 발견된다. 한국은 1990년 배기태, 1995년 김윤만에 이어 이규혁이 2007년부터 2011년까지 네 차례나 스프린트선수권대회 남자부 정상에 올랐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선수는 없었다.


이상화는 조금 다르다. 2010년 1월 스프린트선수권대회 우승에 이어 곧바로 2월 밴쿠버 올림픽에서 정상에 올라 ‘징크스 아닌 징크스’를 일찌감치 깼다. 1960년 스쿼밸리(캘리포니아 주) 대회에서 김경회와 한혜자가 500m에서 각각 21위와 22위를 한 이후 50년 만에 동계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출전 사상 여자 종목 첫 메달을 금빛으로 장식한 그는 또 다른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수 있다.


신명철 스포츠 칼럼니스트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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