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나영 기자] 대통령 긴급조치위반으로 징역 15년을 받은 뒤 출소해 의문의 죽음을 당한 고(故) 장준하 선생이 39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2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6부(유상재 부장판사)는 1974년 '유신헌법' 개헌의 필요성을 주장하다 긴급조치 1호 위반으로 징역 15년과 자격정지 15년을 선고받고 이듬해 의문사한 장준하 선생의 재심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고인은 격변과 혼돈으로 얼룩진 한국 현대사회에 나라의 민주적 가치를 바로 세우고자 크나큰 시련을 겪었다"며 "조국을 위해 헌신하다 희생된 고인에게 본 판결이 조금이라도 편안한 안식과 위로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잘못된 재판절차에 대해) 사법부의 일원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국민의 권익보호와 보편적 정의를 실현하는 사법부가 될 것을 다짐한다"고 덧붙였다.
장 선생의 아들 장호권씨는 선고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피해자의 가족으로서 명예가 회복돼 기쁘다. 정의가 살아있다는 걸 보여준 판결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박근혜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 가족을 떠나 대통령은 불법으로 당선된 것이 아닌 한 '국가'다. 국가는 모든 불행한 사태를 정리해주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의 변호를 맡은 조영선 변호사는 "검사가 무죄를 구형했으니 항소는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장 선생은 광복군과 임시정부에서 활동한 뒤 1953년 월간 '사상계'를 창간하고 3선 개헌에 반대하는 등 독재에 맞서 민주화 운동을 벌이다 1975년 8월 경기 포천 약사봉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박나영 기자 boh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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