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 스마트폰인 '아이폰5' 판매 부진에 따른 애플의 실적 부진이 팀 쿡 최고경영자(CEO)의 경질론으로 이어지고 있다. 공급망관리 전문가인 쿡 CEO 대신 디자인 전문가 조너선 아이브 수석 부사장을 전면에 내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발간되는 경제 격주간지 포브스 인터넷판은 애플 이사회가 쿡 CEO보다 일을 더 잘 할 적임자 물색에 나서야 한다고 최근 주장했다.
적임자는 애플 내부에 있다는 게 포브스의 판단이다. 애플 디자인을 총괄해온 아이브 부사장이 적임자라는 것이다. 아이브 부사장은 현재 소프트웨어 개발까지 책임지고 있다.
포브스는 "아이브 부사장에게 애플을 관리할 능력이 충분한지 아직 확신할 순 없지만 애플의 강점인 디자인은 공급망관리 보다 중요하다"며 쿡 CEO보다 아이브 부사장에게 무게를 실어줬다.
CEO 교체론이 등장한 것은 애플을 둘러싼 분위기가 옛날 같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실적에 비상이 걸렸다. 23일(현지시간) 발표된 애플의 지난해 4ㆍ4분기(2013회계년도 1분기) 주당 순이익은 13.81달러에 그쳤다. 전년동기 13.87달러 대비 소폭 하락했다. 애플의 주당 순익이 감소한 것은 10년여만의 일이다.
매출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애플의 4분기 매출은 545억달러로 애널리스트들의 예상치였던 547억달러에 못미쳤다. 애플이 월가 전망에도 못미치는 매출을 내놓은 것도 드문일이다. 애널리스트들은 아이폰5의 예상 판매 대수를 속속 하향 조정하고 있다.
주주들에게 애플의 실적 부진은 낯설고 당황스러운 일이다. 애플 실적이 감소한 게 언제였는지 기억조차 가물가물할 정도다. 애플의 순이익은 2003년 한 분기를 제외하고 분기마다 10% 이상 증가해왔다.
최근 애플 주가가 30% 가까이 추락한 데는 실적부진에 대한 우려도 한몫했다. 하지만 실적을 다시 끌어올릴 원동력이 없다는 게 문제다.
포브스는 아이팟ㆍ아이폰ㆍ아이패드로 이어지는 애플의 혁신 제품과 실적 급상승 모두 고(故) 스티브 잡스 공동 창업자 시절 이뤄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기 전문 분야인 공급망관리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쿡 CEO 체제로는 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것이다.
포브스는 애플 주가가 최고점이었던 지난해 9월 애플 주식을 산 투자자들이 만족할만한 신제품이 다시 등장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쿡 CEO가 손해 본 투자자를 달래기란 쉽지 않으리라는 뜻이다.
포브스는 잡스가 쿡을 CEO 자리에 올렸지만 과연 쿡이 애플 수장으로 적임자인지 답을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백종민 기자 cinq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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