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규 건설근로자공제회 이사장 기습 선임 강력 반발
[아시아경제 진희정 기자]정부가 이진규 전 청와대 정무기획비서관을 건설근로자공제회(이하 공제회) 이사장으로 기습 선임했다. 낙하산 인사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사장 선출을 한밤중에 강행함에 따라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건설노조는 출근저지 등 강도 높은 투쟁에 나서기로 했다.
18일 공제회와 전국건설노동조합에 따르면 이사장 선출을 놓고 파행을 거듭하던 공제회 이사회가 지난 17일 오후 10시 긴급 소집됐다. 이진규 비서관의 이사장 선임안건을 표결하기 위해서다. 건설노조 측 후보였던 이정식 한국노총 중앙연구원장은 이사회가 시작된 직후 사퇴를 선언했다.
공제회 관계자는 "이사회에서 노동계 후보였던 이정식 연구원장과 백석근 민주노총 비상대책위원장이 이사회 강행에 항의해 이사직을 사퇴했다"며 "남은 8명의 이사들이 표결에 부쳐 찬성 6명, 반대 2명으로 이 전 비서관이 선출됐다"고 말했다.
공제회 이사장 선출은 파행의 연속이었다. 지난해 12월 초 건설업무와 무관한 이 전 비서관이 차기 이사장 후보로 지목되자 노동계가 강하게 반발하며 이사회가 수 차례 무산됐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 3일에 열린 이사회 투표에서는 이 비서관과 이 원장 모두 과반 확보에 실패한 바 있다.
건설노조는 현 정부의 영향력 행사 기간이 얼마남지 않은 상태에서 '막판 챙기기'를 위해 기습 이사회를 강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새 이사장 선출에 정부의 물밑 작업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최근까지 고용노동부 고위관계자가 이사들을 상대로 설득작업을 벌여 온 것으로 알려졌다.
최동주 건설노조 교육선전실장은 "신임 이사장 선출 과정은 군부독재 시절에나 볼 수 있는 만행"이라며 "이 비서관 출근 저지 투쟁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1998년 설립된 공제회는 3억원 이상 공공공사와 100억원 이상 민간공사 현장 일용직노동자 퇴직금을 적립,운용하는 기관이다. 건설노동자 퇴직금과 함께 학자금, 의료비, 주택자금 대출 지원 등에 사용된다. 총 적립금은 지난해 말 현재 1조5744억원에 달한다.
진희정 기자 hj_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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