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승미 기자]민주통합당 비상대책위원회는 15일 ‘회초리 민생투어’를 시작했다. 광주·전남을 출발점으로 전국을 순회하며 대선 패배에 대한 반성의 뜻을 전하고 현장의 쓴 목소리를 듣기 위한 취지에서다. 그러나 이같은 지도부의 민생 행보에 대해 당 내에서조차 곱지않은 시선이 쏟아지고 있다. 국민에 대한 진정성 있는 반성이라기보다 보여주기식의 ‘퍼포먼스’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이다.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한 당 지도부는 이날 오전 광주 국립 5·18민주묘지를 참배했다. 문 비대위원장과 현역의원, 당직자 100여명이 ‘민주영령’ 앞에 ‘사죄의 삼배’를 올렸다. 당 관계자는 “대선 패배 후 즉각적인 당 혁신을 뒤로하고 계파 갈등에만 매몰돼 국민들 앞에 자중지란의 모습만 보인 것에 대한 참회의 의미”라고 말했다.
문 비대위원장은 이날 참배에 앞서 “가장 어려웠던 국난의 위기에서 고비마다 광주가 나라를 일으켜 민주당을 만들었다”며 첫 방문지를 광주로 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광주가 민주당의 표밭인 호남의 중심이자 야권의 ‘심장’이기도 해 광주에 대한 민주당의 사죄는 어느 지역보다 의미가 더 크다는 해석이다. 이어 문 비대위원장은 “그럼에도 질래야 질 수 없는 선거, 져서는 안 되는 선거를 지고 말았다”며 고개를 떨궜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뼈와 가루가 되는 한이 있어도 다시 태어나겠다”면서 “여러분이 만들어 준 민주당을 다시 한번 살려달라”며 광주 시민에게 호소했다.
이어 당 지도부는 광주 양동시장, 전남 함평 상공리 해보수산 노인정에 들러 민심을 청취했다. 16일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이 있는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과 부산 민주공원 등을 찾을 예정이다.
그러나 여론은 싸늘했다. 이날 민주당 게시판과 트위터에 당 지도부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국민의 마음이 떠난 정당이 별소리 별짓 다 해봤자다”, “회초리 가지고 어림 반푼어치도 없다”, “특권과 기득권 내려 놓지 않으며 무슨 민생투어?”, “지긋지긋한 쇼에 국민은 지쳤다”는 등의 냉소적인 글이 잇따랐다.
당내에서도 탐탁지 않다는 목소리가 들끓었다. “보여주기식 ‘회초리 투어’ 보다는 대선 평가 토론회가 급선무”라는 등의 지적이 봇물터지듯 제기됐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이날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전국을 다니면서 무릎을 꿇고 ‘잘못했습니다라’고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지금은 혁신의 길을 제시해야 하고, 전당대회를 준비하면서 지난 패배한 선거에 대한 백서부터 써야 한다”고 촉구했다. 비주류 김영환 의원도 “참 안쓰럽다”며 “무엇을 반성하는지, 무엇을 사과하는지 누가 어떤 책임이 있는지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퍼포먼스에 불과하다”고 힐난했다.
김승미 기자 ask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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