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중국 공산당의 언론 검열에 맞서 파업을 선언한 주간지 '남방주말(南方周末)'의 기자들이 당국과 협상 끝에 업무에 복귀하기로 합의했다.
이 신문은 광둥성 선전부가 개입해 신년 사설을 검열하고 친정부적인 내용으로 바꿔치기 한 데 항의해 기자들이 전격 파업을 벌여 왔다.
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남방주말의 한 관계자는 "후춘화(胡春華) 광둥성 서기가 협상에 전격 개입해 중재를 이끌어냈다"며 "전날 벌어진 막판 협의 이후 기자들이 일터로 돌아가기로 마음을 먹었다"고 전했다.
후 서기는 중국의 차지 지도자로 거론될 정도로 정치계에서 입지를 확보한 인물.
남방주말은 지난 3일 신년호 2면에 '중국의 꿈, 헌정의 꿈'이라는 제목의 신년사를 통해 헌법에 기반한 권력분산 등 정치 개혁을 촉구했는데, 광둥성 선전 당국이 이를 사전에 검열하고 기사를 "그 어느 때보다 우리의 꿈에 근접해 있다"는 제목으로 된 시 총서기 찬양글로 대체하면서 이번 사건이 촉발됐다.
문제가 불거지자 광둥성 당국은 남방주말 사건과 관련된 멘션이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서 검색되지 않도록 제한하는가 하면, 다른 매체들이 이 사건을 보도하지 못하도록 대대적인 통제에 나섰지만 오히려 기자들의 파업과 시민들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유명 배우와 작가 등 각계 인사들까지 언론자유를 요구하며 시위에 동참, 사태는 일파만파 확산됐다.
로이터와 현지 언론들은 "후 서기가 개인적으로 개입해 파업 기자들과 협상을 벌였다"며 "이번 주 신문을 정상 발행하고 파업에 참가한 직원들을 처벌하지 않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후 서기는 또 이번 사건의 원인 제공자인 퉈전 광둥성 선전부장을 사퇴시키겠다는 입장도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SCMP는 "이 내용이 사실이라면 중국 내 언론 자유가 바로서는 새 이정표를 마련하게 되는 셈"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다수의 전문가들은 이번 결정이 사태의 확산을 경계한 당국이 한발짝 물러난 것일 뿐 언론 검열은 계속될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중국의 한 언론인은 "당은 언론에 지속적으로 압력을 행사할 것"이라며 "성 선전부장이 사임하더라도 일시적인 조치에 불과할 뿐 이번 사태에 모든 책임을 지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조인경 기자 ik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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