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대형유통업체에 납품하는 중소업체 10곳 중 7곳이 판촉행사비 전가, 부당반품 등 불공정행위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에는 판매수수료 인하 대상이었으나 계약을 갱신하면서 수수료가 재인상된 경우도 있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4월부터 7개월 간 19개 대형유통업체와 이곳에 납품하는 4807개 업체를 대상으로 서면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10일 밝혔다. 응답업체는 887곳이었다.
대형유통업체의 불공정행위 중 응답비율이 가장 높은 것은 판촉행사 관련 행위였다. 특히 서면약정없이 판촉행사에 참여했다고 응답한 비율이 모든 업태에서 가장 높았다. 887개 응답업체 중 393개 업체(45%)는 대형유통업체가 주도하는 판촉행사에 서면약정을 체결하지 못하고 참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판촉행사 비용의 절반 혹은 전액을 부담하는 납품업체도 많았다. 응답업체 중 112개 업체는 판촉행사 비용을 절반 이상 부담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이들 중 18개 업체는 전액을 부담했다. 이는 명백한 법위반 행위로 공정위는 대규모유통업법 제11조에 납품업자의 분담비율이 50%를 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부당반품을 경험한 업체도 많았다. 877개 납품업체 중 142개(16%)업체는 과다재고·유통기한 임박 등 정당한 사유없이 납품한 상품을 되돌려받았다.
이 외에도 ▲계약조건 부당변경(40곳) ▲계약기간 중 거래중단(8곳) ▲유통업체 강요 및 사전 서면약정없이 판촉사원 파견(42곳) 등 불공정 사례가 있었다.
응답자 중 판매장려금 제도를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대규모유통업법 상 대형유통업자는 납품업자와 사전 약정을 했을 경우에만 판매장려금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판매수수료를 지급한 업체 중 매출증대에 따라 자발적으로 지급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38%에 불과했다. 18%는 유통업체가 추가지급을 요구했다고 답했다.
판매수수료를 낮추겠다고 자발적으로 선언해놓고 납품업체에 추가비용을 전가한 불공정행위도 포착됐다. 몇몇 납품업체는 수수료 인하 대상이었지만 계약을 갱신하면서 수수료가 재인상됐다고 응답했다. 판매수수료는 낮아졌지만 대신 인테리어 등 추가비용으로 전가됐다고 응답한 업체도 있었다. 공정위는 이런 사례들을 판매수수료 인하에 따른 풍선효과로 보고 차후 추가적인 조사를 통해 구체적인 사실여부를 파악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이번 실태조사를 통해 법위반 혐의가 있는 것으로 조사된 대형유통업체에 대해서는 자진시정을 촉구하기로 했다. 다만 부당반품, 판촉행사비 강요 등 죄질이 무거운 업체에 대해서는 현장 직권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공정위 송정원 유통거래과장은 "대규모유통업법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홍보책자 배포와 납품업체와의 간담회 등도 실시한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혜민 기자 hmee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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