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일까. 세단일까. 이 차는 둘 다다. SUV라고 할만한 풍채와 세단이라고 할만한 날렵함을 모두 갖춘 모델이다. 일반적인 도요타 브랜드와는 완전히 다른 DNA가 흐른다.
한국토요타가 지난해 말 출시한 크로스오버 모델 벤자를 만났다. 출시전 해외에서 촬영한 사진을 보면서 한 번쯤 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로 강인한 외관을 갖췄다. 일반적인 SUV 모델보다 차고가 낮지만 볼륨감은 도요타의 어떤 SUV모델보다 우월하다.
벤자 디자인의 콘셉트는 '볼드 앤드 다이내믹'. 전체적으로 군더더기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도 깔끔한 외관과 일체감은 독일 SUV모델들이 구현한 억지스러운 럭셔리함을 넘어선다. 또한 도요타의 프리미엄 브랜드 렉서스의 패밀리 룩 보다 우월한 느낌의 전면부 그릴과 A필러와 B필러를 잇는 루프라인은 현존하는 수입 SUV모델 중 최고수준이라고 평가 받을 만 하다.
내부 인테리어는 깐깐한 일본차의 느낌이 그대로 배어났다. 렉서스와 차별화하기 위해 고급 소재를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차의 외관과 잘 어울리도록 곡선의 디자인을 활용, 흠을 찾기 어려웠다. 앞뒤 좌석 레그룸 공간도 충분해, 다리를 쭉 뻗을 수 있을 정도의 앞좌석 공간을 확보해도 뒷좌석에서 타고내리는 불편함을 거의 느낄 수 없었다.
주행성능은 폭발적이지 않지만 정숙하고 안정적이었다. 시승에 쓰인 벤자는 3.5ℓ가솔린 모델로 최고출력 272마력, 최대토크 35.1㎏·m의 힘을 갖췄다. 2t에 가까운 중량때문에 초기 가속시 치고 나가는 힘은 부족했지만 시속 120km까지 정숙함과 안정감을 잃지 않았다. 눈 온 뒤가 아니었다면 그 이상의 속도에서도 크게 무리가 없을 것 같았다. 핸들의 민감도는 렉서스 SUV 모델에 비해 다소 떨어지는 느낌이었지만 극한의 다이내믹한 주행이 필요하지 않은 운전자에게 불편함을 줄 정도는 아니다.
단점은 연비다. 벤자 3.5ℓ모델의 복합연비는 8.5㎞/ℓ에 불과하다. 연비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전자장치가 거의 없어 꽉 막힌 도심의 연비는 리터당 5.5km를 넘기 힘들었다. 고속주행에서도 시승하는 내내 두 자릿수대 연비를 경험하지 못했다. 신형 모델이 출시된다면 연비효율성을 끌어올리는데 신경을 써야할 것으로 보인다.
매력적인 내·외관을 갖춘 만큼 가격 역시 다소 높은 편이다. 도요타 벤자의 가격은 2.7 모델이 4700만원, 3.5 모델이 5200만원이다.
임철영 기자 cyl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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