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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갑' 공공기관엔 건설사가 '슈퍼 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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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건설비 미지급액 4000억원 넘어
간접비 늘어도 관리지침 따로없어 나몰라라
예산부처도 소극적 대응..말로만 동반성장


[아시아경제 진희정 기자]건설공사 시행기간이 길어지며 추가로 발생한 비용 가운데 건설사들이 받지 못한 돈이 모두 4000억원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산부족 등에 따른 공사 차질로 빚어진 만큼 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지만 예산을 쥔 정부의 소극적 대응으로 건설사들의 경영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건설업계는 정부가 강조해 온 동반성장을 위해서라도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4일 대한건설협회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예산부족과 토지보상 지연 등 발주처 책임에 따른 공기지연으로 인한 추가비용 미조정액은 작년말 현재 전국 295개 현장(92개사), 총 4204억원에 달했다. 공공기관과 건설사간의 계약을 규정한 국가계약법 상에는 발주처의 책임으로 착공이 지연되거나 시공이 중단되는 경우 공기연장에 따른 추가비용을 실비로 반영해 계약금액을 조정하도록 돼 있다.


발주처의 책임이 되는 공기연장 사유는 예산부족과 용지보상지연, 환경단체 시위 등의 민원발생에 따른 공사중단, 교통영향 평가 등 관련 승인절차에 따른 지연 등이 포함된다. 이럴 경우 현장소장 인건비 등의 간접노무비와 유휴장비비 수도광열비 등 제반 현장 경비 일체를 실비로 추가 지급토록 돼 있다.

하지만 또 다른 규정인 '총사업비 지침'이 추가비용 반영을 어렵게 한다. 이 지침은 기획재정부와 사전협의를 통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재정부의 재가가 없이는 비용증액을 못하는 셈이다. 실제 투입된 비용을 지급받지 못하는 원인이다.


공기연장에 따른 간접비 증액을 위해서는 계약금액 변경에 대한 승인이 필요하나, 대부분의 발주처에선 '총사업비 관리지침'상에 근거가 없으므로 근본적으로 승인이 불가능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건설경기가 어려워져 공사 기간이 길어지면서 지방자치단체 등 시행사업자와 시공업체 모두가 간접비를 추가 편성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며 "사업 승인을 내준다고 해도 정작 예산을 쥐고 있는 부처에서 난색을 표하면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건설업체들은 눈덩이처럼 커지는 간접비 부담에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한 중견 건설사 고위관계자는 "그동안 건설사들은 해당공사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으로 추가 간접비를 벌충해 왔지만 최근엔 저가수주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이 마저도 여의치가 않다"며 "그렇다고 사실상 슈퍼갑인 정부 기관을 상대로 중견업체들이 간접비 지급을 강력히 요구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공공기관을 상대로 한 간접비 지급 청구소송도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서울지하철 7호선 연장구간과 동해남부선 복선전철화(부산∼울산구간) 현장에서 발주처를 상대로 공기연장 추가비용 청구 소송을 제기해 현재 1심이 진행 중이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2010년 9호선에서 같은 문제가 터졌을 당시만해도 발주처와의 껄끄러운 관계를 우려해 업체들의 소송을 취하했었던 것과 비교하면 상황이 그만큼 악화됐다는 반증"이라며 "동반성장을 외치는 정부가 오히려 업체들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행태는 개선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개별업체들의 소송은 역학관계상 약자인 업체들이 불리할 수밖에 없다며 관리 지침의 개정 등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김찬호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간접비 미지급 등은 대ㆍ중ㆍ소ㆍ전문 건설업체의 동반 부실화로 이어져 건설산업을 퇴보시키고 국가경제에 누를 끼치게 될 것"이라며 "총사업비 관리지침을 개정해 총사업비 조정 대상항목에 '공기연장'을 추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대한건설협회 등 건설단체는 총사업비 관리 지침상의 자율조정항목에 공기연장에 따른 간접비 추가 내용을 포함시킬 것을 차기 정부 인수위원회에 요구할 계획이다.




진희정 기자 hj_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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