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 주상돈 기자]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당선 이후 첫 날인 20일 정중동의 일정을 소화했다.
박 당선인은 이날 오전 국립현충원 참배를 시작으로 당선인으로서의 공식 행보를 시작했다. 오전 8시45분께 강남구 삼성동 자택을 나선 박 당선인은 자택 앞에서 기다리전 지지자들에게 환한 표정으로 손을 흔들면서 "안녕하세요. 추운데 어떻게 나오셨어요"라고 인사한 뒤 곧바로 자신의 카니발 승합차량을 타고 국립현충원으로 향했다. 대통령당선인에게는 벤츠 방탄차량이 제공됐으나 박 당선인은 기존 차량이 편하다며 당분간 이용하기로 했다.
◆현충원참배와 회견= 박 당선인은 경찰 차량의 호위를 받으며 오전 9시께 동작동 현충원에 도착, 선대위 주요 인사들과 함께 현충탑에 헌화 및 분향하고 묵념을 올렸다. 방명록에는 "새로운 변화와 개혁의 새 시대를 열겠습니다"라고 적었다. 박 당선인은 고(故) 이승만 전 대통령과 선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 김대중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차례로 참배했다.
박 당선인은 이어 여의도 새누리당사로 이동해 발표한 "제가 오늘 이 영광스런 자리에 서게 된 것은 오로지 국민 여러분의 성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국정 운영에서 국민을 위한 이 마음을 늘 되새기겠다"고 다짐했다.
박 당선인은 "과거 반세기 동안 극한 분열과 갈등을 빚어 왔던 역사의 고리를 화해와 대탕평책으로 끊도록 노력하겠다"며 "모든 지역, 성별, 세대의 사람을 골고루 등용해 대한민국의 숨은 능력을 최대한 올려 국민 한분 한분의 행복과 100%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이 저의 꿈이자 소망"이라고 말했다.
◆4강 주한대사 접견=박 당선인은 이후 당사를 찾은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 4강의 주한 대사들을 차례로 만났다.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성 김 주한 미국 대사 접견을 시작으로 2시10분 장신썬 주한 중국 대사, 3시10분 벳쇼 코로 주한 일본 대사, 3시30분 콘스탄틴 브루코프 주한 러시아 대사를 만났다.
박 당선인은 성 김 대사와 만나 "오바마 대통령께서 축하 말씀을 해주셔서 감사드린다"면서 "지난 11월 압도적으로 재선에 성공하신 것을 축하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최근 코네티컷주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에 대해 우리 국민 여러분과 함께 애도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오바마 대통령께서 이런 비극적인 사건을 지혜롭게 잘 극복해나가실 거라고 믿는다" 했다.
김 대사는 "선거에 당선되신지 얼마 안됐는데 만나줘서 감사하다"면서 "오바마 대통령과 힐러리 국무장관 모두 안부와 축하의 말씀을 전해달라고 하셨다. 오바마도 대통령도 당선인을 뵙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박 당선인은 "저도 오바마 대통령과 힐러리 국무장관님을 조만간에 뵙고, 한국과 미국간에 긴밀한 미래 관계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있기를 바란다"고 화답했다.
박 당선인은 장신썬 주한 중국 대사를 만난 자리에선 "대사님께서 참 빠른 시일 내에 찾아주고, 후진타오 주석과 시진핑 새 주석의 축하말씀을 전해줘서 감사하다"면서 "후진타오 주석은 지난 10년간 중국을 훌륭하게 잘 이끌어 오셔서 중국도 세계에서 핵심적인 주요 국가가 됐다"고 말했다.
장 대사는 "당선된 소식이 CCTV의 톱뉴스가 됐다"면서 "당선자의 훌륭한 리더십으로 한국은 더 좋은 발전할 것"이라고 했다.
박 당선인은 벳쇼 코로 주한 일본 대사와의 면담에선 "자민당께서 총선에서 압승을 한 것에 대해 축하인사를 드린다"면서 "앞으로 새 정부와 또 이번에 내각이 잘 협력해서 한일관계가 새롭게 발전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콘스탄틴 브루코프 주한 러시아 대사와 만난 자리에선 "푸틴 대통령님께서 지난 10년간 한국과 러시아의 관계가 긴밀해지고, 많은 분야에서 협력 관계가 이뤄지도록 하는데 많은 관심을 갖고 계셨던 것을 알고 있다"면서 "한국 국민들도 한국-러시아 관계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브누코프 대사는 "러시아 푸틴대통령으로부터 아주 중요한 위임을 받았다"며 푸틴 대통령의 축전을 박 당선인에게 전달했다. 이어 브누코프 대사는 "(축전에) 한국-러시아 전략적 동반자 관계 강화를 위해 공동노력이 필요하다고 표명하고 있고 모든 분야에서 한국-러시아 관계 강화를 위해 노력할 용의가 있다는 것을 밝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故 이춘상 김우동 참배=박 당선인은 앞서 오전 10시 50분, 대선유세과정에서 교통사고로 순직한 고(故) 이춘상 보좌관이 영면한 경기도 고양시 하늘문 추모공원을 찾았다. 박 당선인은 고 이춘상 보좌관의 부인 이은주씨의 안내를 받았다.
이은주씨는 납골당 안에 놓여있는 버락 오바마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든 과정을 기술한 책 「오바마 대통령 만들기」를 가리키며 "박근혜 당선인님을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늘 곁에 두고 읽었던 책이었기에 여기에 성경과 함께 보관했다"고 설명했다. 박 당선인은 "15년 동안 헌신적으로 보좌해주셨는데, 그 결과를 끝내 보지 못하게 돼 너무나 마음이 안타깝고 가슴이 아팠다"며 "어린 아드님이 꿋꿋하게 자라서 훌륭한 인재로 성장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 당선인은 또 별도로 시간을 내 이춘상 보좌관과 함께 사고를 당했다가 숨진 김우동 홍보실장의 청아공원 납골묘를 참배하고 헌화했다. 박근혜 당선인은 김우동 실장의 부인인 서은희씨에게 "가장 힘든 시간을 같이 해주고 참신한 아이디어를 많이 내주셔서 우리가 말씀을 많이 따랐다"면서 "열정적으로, 성심으로 도와주셨는데 결과를 보지 못하셔서 너무나 마음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실장님의 선친께서 KAL기 기장으로 유명을 달리하셨다는 말씀을 듣고, 두 분이 모두 나라를 위해서 희생되셨다고 하니 더욱 가슴이 아팠다"며 위로를 전했다. 서은희씨는"아이 아빠가 부끄럽지 않도록 딸도 잘 키우며 살아가겠다. 직접 찾아와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했다.
◆웃음과 환호의 해단식=박당선인은 오후 2시45분께는 당사 2층 강당에서 개최된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 참석했다. 그는 국민들의 뜻 깊은 선물인 당선증을 남녀 대학생으로부터 전달 받으면서 환한 미소를 지었다.그러면서 "야당은 국정운영의 소중한 파트너"라며 "우리가 더 열린 마음으로 더 겸허하고 겸손한 마음으로 다함께 국가발전과 국민대통합, 국민행복에 모두가 동참하도록 우리가 더욱 노력을 분발해야 될 때라고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박 당선인은 이어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는데 그만큼 시작이 중요하다"며 "그래서 지금 우리가 어떤 마음가짐을 갖고 각오를 하느냐에 따라서 앞으로 5년간이 좌우될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또 "우리가 선거기간 동안 국민들께 드렸던 많은 약속들 다시 한 번 꼼꼼하게 챙기고 점검을 해서 어떤 것을 정책에, 예산에 또 법으로 반영을 시켜야 될 것인지 지금부터 하나하나 노력을 해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 당선인은 대선에서 진검승부를 펼쳤던 민주통합당 문재인 전 후보에게 전화를 걸어 당선을 축하해 준 데에 감사하고 위로의 말을 전했다. 박 당선인은 문 전 후보와의 통화에서 "치열하게 선거를 치렀지만, 이게 다 국민의 삶을 위해 일할 수 있도록 선택받고자 함이 아니었겠는가"라면서 "그런 만큼 앞으로 국민을 위해 협력과 상생의 정치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말했다고 조윤선 대변인이 전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
주상돈 기자 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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