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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 노예계약 이번엔 사라지나"...표준계약서 개정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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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전근대적인 연예인 노예계약이 해소될 것인가" 방송연예 부문 표준계약서 개정을 둘러싸고 방송사-기획ㆍ제작사-현장예술인의 이해가 충돌하고 있다. 계약서 개정과 관련, 방송사와 기획ㆍ제작사의 불만은 고조되는 양상이다. 반면 현장 예술인들은 이번 기회에 동방신기ㆍ카라 해체, 장자연사건 등에서 나타난 부당계약관계로 인한 폐해를 개선해야한다며 환영 일색이다.


◇ 개정안 무슨 내용 담나=20일 표준계약서 개정안 초안에 따르면 출연료는 방송 후 10일 이내에 지급해야 하며 촬영시간의 경우 대본은 촬영 3일전, 1일 최대 촬영시간은 18시간을 초과할 수 없도록 했다. 미성년 촬영자의 경우 신체적ㆍ정신적 건강 및 학습권, 수면권 보장, 폭력ㆍ선정적 노출 금지 등의 내용도 담았다. 계약불이행시 전체 출연료의 100%를 제작사가 내고, 프로그램을 연장할 때는 출연자 동의하에 별도의 합의를 거쳐야한다. 추가 촬영은 7일을 초과할 수 없다. 장기 촬영 시에는 별도의 휴식시설을 제공하고 제작사가 사고조치 의무를 가진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내년 초 공청회 및 세미나 등 여론 수렴 과정을 거쳐 상반기 중에는 표준계약서가 적용되게 할 것"이라며 "계약서 개정을 통해 대중예술인의 권익을 보호해 문화예술계의 건강한 생태 조성, 불합리한 방송 제작 관행을 타파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계약서 개정을 계기로 한류의 핵심 동력을 더욱 육성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각 주체별로 서로 다른 입장을 보여 개정까지는 첩첩산중이다. 우선 방송사, 기획ㆍ제작사의 반발이 거세다. 겉으로는 모두 표준계약서 개정 필요성을 공감한다. 그동안 '노예계약'의 원흉으로 지목받아온 기획ㆍ제작사 입장에서는 부정적 여론에 밀려 '울며 겨자먹기'식이다. 한 프로덕션 대표는 "이번 초안이 교각살우의 우를 범할 수 있다"며 "모든 문제를 외주제작사로 몰려 방송 제작 환경 및 존립 자체를 뒤흔들 만큼 파장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편성 권한이 방송사에 있는 상황에서 프로그램의 증감, 계약 불이행 등으로 인한 책임이 제작사로 전가될 공산이 크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방송사와 제작사간의 계약서에 촬영시간, 야외 촬영 일수 등 제작변수에 대해서는 방송사가 비용을 더 지불할 수 있도록 추가적인 명시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관행적으로 이뤄지는 연출자의 고무줄 식 시간 연장, 재촬영 문제 등은 현행 방송사 프로그램 납품비로는 계약서에 맞는 처우가 어렵다는 것이다.


◇ 서로 다른 입장, 개정까지는 첩첩산중=프로그램 수주 등 방송사에 의존적인 기획ㆍ제작사 입장에선 각종 책임 소재가 몰릴 수 있다는 우려다. 또한 현재 진행중인 표준계약서 개정이 업계 현실과 시스템을 도외시하고 사업자에 대한 규제 일변도라고 주장한다. 자본 투자 및 연예산업 육성 측면에 역행한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사업자 권한을 약화시켜 분쟁이 발생할 경우 사업자에게만 불리하게 적용될 것이라는 의견이다.


그러나 연기자 등 현장예술인들은 크게 반색한다. 연기자 분야의 경우 표준 약관 상 촬영 3일전 대본 전달, 1일 최대 촬영시간 제한, 프로그램 편성 증감(고무줄 편성)에 의해 발생하는 기회 상실에 대한 보상, 방송사와 방송연기자 노조가 협약한 출연료 지급 시기는 방송 후 10일로 규정되는 등 크게 개선됐다는 의견이다.


그동안 외주제작사와의 계약에서 출연료는 관행적으로 다음 달에 지급돼 왔다. 때문에 출연료를 떼어먹고 '먹튀'하는 제작사가 자주 발생했다. 이와 관련, 박승희씨(연기자)는 "이번 표준계약서 개정은 여러 미흡한 부분과 발전적으로 개선해야할 부분을 살펴 최소한의 제작 환경 개선, 기본권 보장이 이뤄지도록 해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탤런트 등 방송 연기자들보다 더욱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던 가수 등 음악 실연자들도 환영 일색이다. 지난해말 대한가수협회 설문 조사에 따르면 27.8%가 표준계약서가 없어서 불이익을 당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방송 출연료를 받지 못한 경우가 13.9%, 출연료와 관련해서는 너무 적다는 응답이 89.8%에 달했다. 실제로 가수 등 음악실연자의 출연료는 연기자들보다 낮게 책정돼 있는게 현실이다. 노래 부르는 가수, 연주자, 지휘자 등 독창성, 예술성으로 승부하는 경우 그 저작권에 대한 판단은 전무하다.


가수 등 음악인의 경우 현재 자체적인 계약서를 사용하고 있다. 이런 계약서는 전속계약 형태로 제작사 입장에서 만들어져 동방신기, 카라 해체 등에서 나타났듯이 종종 사회문제가 됐고 '노예계약'논쟁을 불러 일으켰다. 따라서 기획ㆍ제작사의 권리 보호에 편중된 계약 행태의 개선이 절실하다. 음악인들은 이번 표준계약서 개정을 계기로 출연료 및 근로 조건 개선이 가수단체와 기획ㆍ제작사를 대표하는 단체간 교섭을 통해 마련돼야한다는 의견이다. 특히 신인의 경우 기준 없이 협의에 의해 일방적으로 맺어지는 계약 관행을 개선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 고액 탤런트 출연료도 개선사항=방송사 입장은 또 다르다. 통상적으로 방송국은 시청률에 목 멘다. 제작비도 한정적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표준계약서가 더욱 비용 상승을 초래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방송시장 환경 변화로 출연료 및 작가료 등 제작비 증가로 방송사 및 제작사가 어려움을 겪는 실정이다. 이에 고액의 톱 탤런트 출연료부터 깍자는 주장이다.방송국의 한 드라마 PD는 "그동안 방송사는 출연자들의 과도한 요구가 수익의 공평한 배분을 막고 제작 현실을 왜곡해왔다"며 "시장 생태계를 파괴하는 고액 출연료부터 개선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방송사의 의무와 책임만 지나치게 강조한 계약서 개정이 심정적으로 매우 불편하다"고 덧붙였다.


방송연기자들은 방송사가 출연자와의 계약을 미루다가 종방에 임박해 출연료를 깍자고 협박하는 나쁜 관행이 만연해 있어 '선계약, 후촬영' 원칙이 반드시 지켜져야한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표준계약서는 이같은 관행에 종지부를 찍고 원만한 계약 질서를 확립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갑 한국방송연기자 노동조합 정책위원회 의장은 "장르나 편성시간을 기록하지 않는 방법으로 출연료를 낮추는 편법이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며 "노동조합과 방송사가 체결한 단체협약 내용이 구체적으로 명시되도록 개정돼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례로 지난 18일 드라마 촬영 현장에서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이하 한연노)가 KBS2 주말극 '내 딸 서영이'의 촬영장을 점거했다."밀린 출연료를 지급하라"는 이유다. 지난달엔 KBS1 일일극 '힘내요, 미스터김!'은 서울 영등포 여의도 KBS 별관에서 진행된 세트촬영이 잠시 중단된 일도 발생했다. 촬영현장에서 출연료 지급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표준계약서 개정을 절실히 원하는 까닭이기도 하다.


◇ 무용 등 공연 예술인=무용 등 공연예술자와 관련한 저작권혹은 출연료에 대한 세부사항을 체계적으로 정립한 기준은 아직 없다. 따라서 창작자의 권리와 의무를 명시한 계약서도 없기는 마찬가지다. 저작권에 대한 인식 부재로 무용가들은 대부분 구두상으로 협의하는 경향이 있다. 문제가 발생하면 해결 방법이 없다. 공연 현장의 실무자들 중 일부는 국내 단체와 계약서를 작성하고는 있지만 법적 구속력이 전혀 없는 것도 문제다. 공연계약 체결시 저작권적 문제는 단체 혹은 초청 측과 협의하는 것이 우선이며 그 사항들을 계약서에 조항을 마련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최선의 방법이다. 계약서를 체결할 때 확인의 의무도 지켜지지 않는데다 부주의로 발생하는 과실에 대해서는 배상자의 위치에 있어 공연예술인의 인권 보호도 시급하다.


법조계에선 표준 계약 이행 방안으로 이행보증보험증권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제시한다. 보험증권 제출이 어려울 경우 출연료 지급시기를 촬영전, 방송전, 방송중, 방송후 등 단계적 지급 방안도 고려할만한 사항이다. 개정안 초안 상 '방송 후 10일 이내'로는 출연료를 지급받지 못하게 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어 완전한 보호책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출연료와 관련해서는 방송의 댓가가 아니라 출연의 댓가로 인식, 반드시 지급토록 계약서에 명시해야한다는 게 법조계의 공통된 견해다.


분쟁 해결 방법에 대해서는 기존의 중재나 소송 등에서 조정을 분쟁해결을 위한 일차적 수단으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한다. 박주언 변호사는 "자율적 분쟁 해결 방안을 적극 유도하고, 그 방안으로 분쟁 당사자가 각 1인을 선정 후 양자가 합의한 제 3자의 법률전문가를 통해 분쟁을 해결토록하는 것도 유용할 것"이라고 설명한다.특히 표준계약서 제정과 더불어 감독기능을 강화하고, 이를 관리, 감시할 수 있는 기구 설립도 대안으로 제시된다.




이규성 기자 pe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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