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기자수첩] 헌법 1조 2항, 지킬 텐가 버릴 텐가

시계아이콘01분 24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냉소를 냉소하는 것

[아시아경제 김종일 기자]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지."


싫으면 떠날 수 있다. 학교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떠날 수 있다. 직장 상사가 싫으면 회사를 떠날 수 있다. 심지어 조강지처도 싫어지면 떠날 수 있다. 하지만 이 나라, 대한민국은 어떤가. 싫다고 떠날 수 있나. 평생 등지고 사는 방법은 딱 하나다. 이민. 너무 싫지만 떠날 수 없다면 방법은 하나다. '절'을 고쳐야 한다. '중'이 절을 고쳐야 한다. 고쳐서 싫지 않게 만들어 '살아야' 한다.

지난 5년간 우리의 절은 어떠했나. 한 인기 예능 프로그램의 유행어처럼 '나만 아니면 돼'식이 아니었나. 지난 달 26일 73세 어머니와 48세 딸이 생활고에 시달리다 동반 자살했다. 이들 모녀는 7개월째 월세를 못 내고, 카드 연체로 독촉 받다가 복지사각지대에서 목숨을 끊었다. 또 며칠 전에는 아파트 채무와 사채에 쪼들린 세 모녀가 동반 자살하는 가슴 아픈 사건이 있었다.


'다섯 발짝의 절망'에 막혀 삶을 접어야 했던 사람도 있다. 입에 문 펜으로 휴대전화 자판을 눌러 화재 신고를 하고, 리모컨을 입으로 조작해 현관문을 열었지만 다섯 발짝도 안 되는 현관은 그에게 너무 멀었다. 다른 중들에겐 '저만치'인 다섯 발짝은 뇌병변장애 1급 판정을 받은 김주영씨에겐 안드로메다보다 멀었다.

한바탕 난리가 나긴했다. 하지만 곧 잠잠해졌다. 다섯 발짝을 내딛지 못한 이 사람을 세상은 지워버렸다. 내 일이 아니니까, 우리 가족이 아니니까 그렇게 서로 애써 자조하고 위로했다. 우리는 이렇게 세계 최고의 자살률 속에 살고 있다. 어찌 이런 일이 남의 일이고, 강 건너 불에 불과한가. 정말 '나만 아니면 되나.' 이렇게 잊고 지워버려도 되는 일인가.


AD

헌법 제69조에 따라 대통령은 취임식에서 선서를 한다.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을 위해 노력하며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한다. 이명박 대통령도 했고, 차기 대통령도 할 것이다. 이 약속 지키게 해야 한다. 우리나라 헌법 1조 2항에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밝히고 있다. 다른 말로 하면, 국민이 바뀌지 않으면 모든 권력은 바뀌지 않고, 주권은 국민에게 오지 않는다.


절을 고쳐야 한다. 나만 걸리면 어떻게 할 건가. "억울하면 출세해라"라는 그 지긋지긋한 말에 또 상처 받을 텐가. 사실 그놈이 그놈일 수 있다. 또 다시 속을 수 있다. 그럼에도 투표해야 한다. 정치권력(절)은 원하든 않든 우리(중) 일상을 철두철미하게 지배한다. 지난 5년이 반면교사다. 그간 내 삶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이 웃었나. 행복했나. 지금 우리에게 간절히 필요한 것은 냉소를 냉소하는 자세다. 피를 먹고 자란다는 민주주의에 피 대신 '짱돌'을 선물해 '바꿔야' 한다. 참여와 대의만이 절을 바꿀 수 있다. 그러므로 투표하자. 꼭 하자.




김종일 기자 livewi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