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의 30년 이상된 300개사 대상 '외환위기 15년, 기업경영환경의 변화와 대응과제 조사' 결과
[아시아경제 임선태 기자]국내 기업 중 절반 이상은 현(現) 기업 환경이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이전보다 더 악화됐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대한상공회의소(회장 손경식)가 설립 후 30년 이상된 기업 300개사를 대상으로 ‘외환위기 15년, 기업경영환경의 변화와 대응과제 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외환위기 이전보다 기업하기 좋아졌습니까'라는 질문에 '나빠졌다'고 응답한 기업 비중은 57.1%에 달했다. '비슷하다'고 응답한 기업 비중은 31.7%, '좋아졌다'고 응답한 기업 비중은 11.2% 수준에 그쳤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시장경쟁이 심화되고 자금사정이나 체감규제가 악화되면서 환란전에 비해 경영환경이 어려워졌다"며 "최근에는 사회양극화로 반기업정서까지 만연해 기업가정신마저 위축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외환위기 이전에 비해 기업의 91.4%는 '경쟁이 심화됐다'고 응답했다. 아울러 '투자기회가 늘어나지 않았다'는 응답 비중도 71.9%에 이른 가운데 외환위기 이전과 비교해 '자금사정이 나아지지 않았다'는 응답은 77.6%에 이르렀다. 기업의 83.8%는 '직원들의 애사심이나 열정도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낮아졌다'고 평가했다.
기업에 대한 사회 인식도 예전만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외환위기 전과 비교해 '반기업정서가 당시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늘었다'는 기업이 전체의 85.5%에 달했다 또 '경제전체의 활력이 높아지지 않았다'는 기업도 79.5%에 이르렀다.
외환위기 이후 15년간 기업경영의 가장 큰 어려움에 대한 질문에 기업들의 59.4%는 '세계경기침체, 원자재가 상승 등 해외충격'이라고 답했다. 이어 내수부진의 장기화(30.4%), 정부 및 정치권의 정책일관성 부족(9.9%) 등을 꼽았다.
지난 15년 기업들의 65.7%는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후로 상시 비상경영체제로 버텨왔다'고 밝혔다. 원가절감, 투자계획 변경, 유동성 확대 등 최악의 경영상황에 대비해 온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대기업들의 82.8%가 이같이 응답해 중소기업(58.1%)보다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온 것으로 분석됐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체(72.4%)가 서비스업체(36.4%)보다 비상경영을 하는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위기에 대응하는 방식은 공격경영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활용(11.6%)하기보다는 내실경영을 통해 안정적 성장을 추구(88.4%)해 온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들은 향후 15년 글로벌 경제전쟁의 생존전략으로 '상위기업 추종자' 대신 '시장선도자'를 꼽았다. 기업의 59.1%는 '경쟁사보다 먼저 신기술을 개발해 시장을 주도하는 시장선도자(First Mover) 전략'이 필요하다고 밝혀 '세계 1위제품을 벤치마킹해 개선제품을 내놓는 상위기업 추종자(Fast Follower) 전략'(11.2%)을 압도했다.
기업들은 앞으로의 15년, 기업경영 키워드를 '사회적 책임', '인재경영', '세계일류'로 요약했다. 94.4%의 기업들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으면 지속성장하기 힘들다'고 응답했고 93.4%는 '인재 중시경영이 성장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새정부가 가장 우선시해야 할 경제정책방향으로는 '중소기업과 서비스산업 등 취약부문 집중 육성'이라는 응답이 41.3%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수출 및 제조업분야 경쟁력 강화(26.4%), 신성장동력 육성(16.5%), 미래에 예상되는 경제여건 변화에 대응(15.8%) 등의 순으로 답했다.
박종갑 대한상의 상무는 "최근 우리 경제가 활력을 잃어가면서 일본처럼 저성장경제로 전락하는 것이 아니냐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며 "성장과 복지 그리고 경기회복과 경제민주화를 조화롭게 추진함으로써 과거 1970~1980년대의 왕성한 기업가정신이 다시 발휘될 수 있도록 정부, 정치권, 기업의 하나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선태 기자 neojwal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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