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영국 정부가 1989년 북아일랜드에서 발생한 정치범 변호사 팻 피누컨 피살 사건에 대한 정부 기관의 공모 사실을 시인했다고 BBC방송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BBC에 따르면,영국 정부는 이날 북아일랜드 분쟁의 상징인 피누컨 변호사 피살 사건 진상 조사 결과를 이같이 발표하고 북아일랜드 경찰조직과 국내정보국(MI5) 등 기관의 개입에 대해 공개 사과했다.
피누컨은 IRA(아일랜드공화국군) 정치범 변호사로 이름을 날리던 1985년 벨파스트 자택에 침입한 무장괴한으로부터 아내와 자식 앞에서 14발의 총격을 받고 39세 나이로 숨졌다.
사망자의 부인인 제럴딘 피누컨은 “보고서가 독립적인 조사로 신뢰성을 갖춘 것처럼 보이지만 진실을 위장한 가짜에 불과하다”고 반발했다.
1년여간 진상조사를 지휘한 데스먼드 실바 변호사는 영국 정부 기관이 피누컨 변호사의 피살 사건에 개입했으며 이후 진행된 수사를 방해한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사건은 미리 막았어야 했다고 발표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불행한 과거사에 일부 정부 기관의 공모가 드러난 것은 충격적인 일”이라면서 “정부와 국가를 대표해 유족에게 사과한다”고 밝혔다.
캐머런 총리는 그러나 정부 차원의 공모나 개입은 없는 것으로 확인돼 별도의 조사위원회 구성은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사건 당시 북아일랜드 경찰조직인 RUC의 간부가 연방체제 유지를 지지하는 무장 조직에 피누컨의 살해를 제안하고 이후 수사를 방해했다.
영국 국내정보국(MI5)은 사건 두 달 전 이런 계획을 입수하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으며, 이보다 수년 전에 피누컨을 비난하는 선전 작전에 개입했다.
또 영국 정보기관은 이 당시 독립운동을 이끈 IRA과 맞서 싸운 얼스터방위연합(UDA)에 주요 첩보의 85% 이상을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희준 기자 jacklon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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