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71세 할머니가 미용사 자격시험에 당당히 합격해 화제다. 경기도 용인에 사는 서태석(사진)씨가 그 주인공.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서씨는 작년 12월 남편이 먼저 세상을 떠난 뒤 무기력하게 지내다 올해 4월 딸의 권유로 미용기술을 배우기로 마음먹고 학원에 등록했다.
1960년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그 당시 체신부 산하 전화국에서 2년간 근무한 사회경험이 전부인 서씨는 처음 의지와는 달리 자격증 취득의 길이 쉽지는 않았다.
서씨는 오랜만에 시작하는 공부에 눈이 침침해 수험서가 보이지 않았지만 젊은 사람들보다 더 열심히 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했고, 그 결과 1개월만에 필기시험에 합격했다.
하지만 실기 시험은 평생 살림만 해온 70대 할머니에게는 힘겨울 수 밖에 없었다. 특히 할머니의 손마디는 오랜 살림으로 굵어져 머리카락을 쉽게 잡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또한 순발력도 젊은 사람에 비해 떨어져 퍼머롤 59개를 35분 안에 완성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이어진 실기시험에서 연이어 3번 낙방한 할머니는 학원내에서 끼니를 때우며 열심히 훈련했고, 시작 8개월 만인 이달 초 최종 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최종 합격한 실기시험에서는 속눈썹을 붙이는 손이 떨리고 퍼머를 할 때는 무릎을 꿇고 시험을 치룰 정도로 체력이 바닥 났었다고 한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서씨는 "이 나이에 포기한다는 것은 모든 걸 포기하는 것 같아 더욱 악착같이 훈련에 임했다"며 "교회 봉사활동에 참여하면서 어려운 사람들이 머리 손질 한번 하기 힘든 상황을 보고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자격증 취득에 도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고형광 기자 kohk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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