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박찬호 선배의 124승에 도전하겠다.”
미국 메이저리그에 닻을 올린 류현진. 항해의 최종 목표는 다부졌다. 박찬호가 보유한 아시아 투수 최다승 경신이다.
류현진은 11일(한국시간) LA 다저스의 홈구장 다저스타디움에서 공식 입단식을 가졌다. 매직 존슨 공종 구단주, 스탠 카스텐 사장, 네드 콜레티 단장, 토미 라소다 전 감독,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 등이 참석한 무대에 정장 차림으로 등장, ‘다저스 블루’ 유니폼을 입고 새로운 출발을 세상에 알렸다.
류현진은 전날 다저스와 초대형 계약을 체결했다. 합의한 입단 조건은 6년간 3600만 달러(약 390억 원). 다르빗슈 유(텍사스·6년 6000만 달러), 마쓰자카 다이스케(보스턴·6년 5200만 달러)에 이어 역대 포스팅 사상 세 번째로 많은 액수를 기록했다. 성적에 따른 연간 보너스 등을 포함하면 지급받는 금액은 최대 4200만 달러에 이른다.
많은 돈을 투자한 만큼 다저스는 입단식에 적잖은 신경을 기울였다. 존슨 공동 구단주는 “다저스의 가족이 된 걸 환영한다”라며 류현진을 소개했고, 직접 99번이 새겨진 유니폼 상의를 입혀줬다. 계약을 이끌어낸 콜레티 단장은 “다저스는 그간 재키 로빈슨, 페르난도 발렌수엘라, 노모 히데오, 박찬호 등을 영입해 메이저리그에 ‘국제화’라는 트렌드를 마련했다”며 “류현진은 그 전통을 잇게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다저스는 1947년 잭키 로빈슨을 통해 흑인 선수를 메이저리그에 처음 선보였다. 1981년에는 중남미 출신인 페르난도 발렌주엘라(멕시코)를 통해 센세이션을 일으켰고, 1988년에는 당시 야구 변방이던 도미니카공화국에서 페드로 마르티네즈를 스카우트했다. 1995년에는 노모 히데오가 토네이도를 일으켰고 1996년에는 박찬호가 메이저리그 첫 풀타임 시즌을 소화했다.
그 뒤를 이을 적임자로 손꼽힌 류현진은 당당한 입단 소감으로 구단의 기대에 부응하겠단 뜻을 밝혔다. 내놓은 포부는 당찼다. 그는 “박찬호 선배가 세운 메이저리그 아시아 선수 최다승 기록(124승)을 깨겠다”며 “첫 시즌 목표는 두 자릿수 승수와 2점대 방어율”이라고 말했다. 이어 “겨울 동안 열심히 훈련해 체력에서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라고 다짐했다.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류현진은 솔직하고 당돌한 발언으로 폭스스포츠를 비록한 방송사, 지역 언론 등을 매료시켰다. 초대형 계약에 대해 그는 “너무 잘 된 계약”이라며 “사실 초조한 마음이었으나 계약이 타결되고 소리를 지를 만큼 기뻤다”라고 밝혔다. 메이저리그 타자들을 요리할 무기를 묻는 질문에는 “타자들 장단점을 얼마나 빨리 파악하느냐가 열쇠겠지만 첫 해에는 포수가 던지라는 대로 던지면 되지 않겠느냐. 내 직구와 체인지업이면 충분히 통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류현진은 새 둥지에 대한 홍보도 잊지 않았다. “미국 최대 교민 사회가 자리를 잡을 로스앤젤레스를 홈으로 삼는 다저스 선발투수로서 한인들이 경기장에 많이 찾을 수 있도록 하겠다”라며 교민들의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했다.
한편 류현진은 11일 한국에 귀국해 17일과 23일 사이 한국 입단식을 따로 가진다. 이후 비자 발급 등의 행정 절차를 밟은 뒤 내년 1월 미국으로 복귀, 본격적인 담금질에 돌입할 예정이다. 다저스 스프링캠프 소집일은 내년 2월 13일이다.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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