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국내 증시 장밋빛 일색...막상 뚜껑 열어보면 잘 안맞아
[아시아경제 이승종 기자] 연말마다 해외 투자은행(IB)들이 쏟아내는 내년도 국내 증시 전망을 두고 '빛 좋은 개살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매번 장밋빛 전망으로 일관하며 국내 투자자에게 기대감을 안겨주지만 정작 들어맞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글로벌 명성에 기대 가능성이 희박한 전망을 남발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009년 이후 해외 IB의 코스피 전망을 실제 코스피 추이와 비교해본 결과 괴리감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골드만삭스는 올해 코스피 목표치로 2100선을, 예상 범위로 1800~2400을 제시했다. 그러나 5일 현재 코스피는 1900선에 머물러 있고 연중 최고치 역시 3월 기록한 2000선이 고작이다. 해외IB 평균 전망 밴드는 1900~2270선이었지만, 올 들어 코스피는 7월 1700선까지 떨어지며 해외IB 밴드 하단을 훨씬 밑돌았다.
지난해 코스피도 2010년 말 해외IB가 제시한 전망과는 전혀 다르게 움직였다. 골드만삭스는 지수 밴드로 2100~2700선을 제시했지만, 실제 코스피는 1600~2200선 사이에서 움직여 밴드 상단과 하단이 모두 500포인트나 오차를 나타냈다. UBS는 지난해 말께 코스피가 2500선까지 오를 것이라 했지만 코스피는 1800~1900선 사이를 오르내렸다. 크레디트스위스(CS)는 연중 밴드 하단이 2200선이 될 것이라 했지만 지수는 9월 1600선까지 떨어졌다.
2010년 코스피 역시 해외IB의 전망과는 달랐다. 골드만삭스는 목표치로 2300선을, 연중 예상 범위로 1750~2700선을 제시했지만 2010년 말 코스피는 2000선에 그쳤다. 최저치도 5월 1500선까지 떨어져 골드만삭스의 예상 범위 하단을 크게 밑돌았다. 밴드 하단으로 1900선을 제시한 CS 역시 큰 오차를 보였다.
올해도 해외IB들은 내년 증시에 대해 최대 2450선을 예상하는 등 강한 낙관론을 보였다. 골드만삭스는 목표치 2300선, 예상 범위 2000~2450선을 전망했다. JP모건은 2090~2380선을, 모건스탠리는 내년 상반기 2200선을 예상했다.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저조하지만 글로벌 유동성, 세계경기 회복세 등이 증시에 호재로 작용하리란 설명이다.
권구훈 골드만삭스 전무(한국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경상수지 등 거시경제 지표를 기반으로 전망치를 도출한다”며 “낙관론과 비관론 차원이 아닌, 현실론적 접근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영곤 하나대투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외국계 증권사라고 해서 국내사와 전망 기준이 다를 건 없지만 다소 공격적인 면이 없잖아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승종 기자 hana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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