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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맹녕의 골프기행] "어려워도 너~무 어려워" 필리핀 왁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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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맹녕의 골프기행] "어려워도 너~무 어려워" 필리핀 왁왁 어지간해서는 파를 잡기 어려운 필리핀 왁왁골프장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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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동장군이 엄습하면 골퍼들은 따뜻한 열대나라를 동경한다.

비행기로 약 3시간, 필리핀은 동선도 짧아 골퍼들이 특히 선호하는 여행지다. 필리핀의 메트로, 마닐라의 만달루용시 한가운데 위치해 있는 왁왁(Wack Wack) 골프장이 바로 필리핀에서 가장 오래된 코스다. 이스트(18홀ㆍ7053야드)와 웨스트(18홀ㆍ6540야드) 등 총 36홀 규모다. 명문 회원제로 이름난 이스트코스는 미국프로골퍼였던 짐 블랙(Jim Black)의 설계로 1930년 완성됐다.


필리핀오픈의 본거지다. 거의 매년 아시아서킷 토너먼트가 열리고 있고, 1997년에는 골프월드컵도 개최됐다. 파3홀과 파5홀이 전, 후반에 각각 1개씩뿐이라 일반 골프장에 비해 두 홀씩 모자란다는 점이 특이하다. 대신 400야드가 넘는 긴 파 4홀이 7개나 있어 웬만한 장타자가 아니면 파를 잡는 일이 꿈만 같다.

마닐라에 주재하는 후배가 "이 코스 18개 홀에서는 파를 5개만 잡아도 고수로 인정받는다"며 스타트 전 클럽하우스에서 커피를 마시면서부터 분발을 촉구한다. 도그렉홀에 연못과 도랑, 깊은 벙커가 철저하게 그린을 엄호하고 있다. 18홀 가운데 한 번도 그린에 '파 온'을 시키지 못했다. 속칭 '3학년 1반', 즉 3온 1퍼터로 겨우 파를 2개 잡았을 뿐이다.


2개의 파3홀은 '어려워도 너~무' 어렵다. 8번홀은 168야드에 불과하지만 상향홀에다가 그린 좌우로 총 6개의 벙커가 줄지어 골퍼의 미스 샷을 기다리고 있다. 그린에 정확하게 온을 못 시키면 언덕에서 굴러 깊은 벙커로 들어가는데 탈출하기가 만만치 않다. 필자 역시 벙커 샷이 다시 벙커로 들어가는 실수를 연발하면서 무려 10타 만에 홀아웃했다.


캐디는 토너먼트 때 프로선수들조차 더블 파를 기록하는 악명 높은 홀이라고 위로해 준다. 16번홀(파3ㆍ203야드)은 게리 플레이어가 극찬을 아끼지 않았던 시그니처홀이지만 승패가 갈리는 명홀로서 선수들도 긴장하는 홀이다. 400야드가 넘는 긴 파 4홀들은 아마추어에게는 모두 파5홀로 플레이된다. 보기만 해도 대만족이다.


18홀을 돌고나니 선수들에게 저절로 경의를 표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3번홀(파5ㆍ515야드)에서 스페인의 골프전설인 세베 바예스테로스는 이틀 연속 이글을 잡아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얻은 교훈이라면 페어웨이우드를 더욱 연마해 긴 파4홀에 대비해야겠다는 점이다.




글ㆍ사진=김맹녕 골프칼럼니스트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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