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 분석] 북한 장거리미사일 발사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우리나라가 시도하고 있는 우주 발사체 나로호의 발사가 계속 연기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이 이달 중순 자칭 '실용위성 발사를 위한 우주 로켓'인 은하3호를 쏘겠다고 나섰다. 이명박 대통령 등 정부는 이에 "'대선 개입' 의도가 있는 불법 행위"라며 기존의 제재 확대 외 추가 제재 방안을 검토하는 등 반발하고 있다.
▲ 나로호는 되고 은하3호는 안 되는 이유?
북한과 우리나라가 발사하려는 우주 발사체는 사실 기술적인 측면에서 거의 같다. 나로호(KSLV-I)는 100Kg급의 인공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진입시킬 수 있는 한국 최초의 우주발사체이다. '나로호(KSLV-I)'는 1단 액체엔진(러시아 개발)과 2단 고체 킥모터(국내 개발)로 구성되는 2단형 발사체이며, 발사체 조립과 발사 운용은 러시아와 공동으로 수행하고 있다. 북한도 겉으로 실용 위성 발사를 위한 우주 로켓이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자체 개발한 광명성 3호를 우주 궤도에 진입하기 위해 발사한다는 것이다. 설사 '핵 장거리 투자'를 위한 발사체라고 하더라도 우주 밖의 일정 궤도로 물건을 쏘아 보내는 기술이라는 점에선 큰 차이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쯤 되면 상식적으로 "북한과 우리가 똑같이 인공위성 발사를 위한 우주 로켓을 쏘는 데 뭐가 문제지?"라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북한의 '인공위성용 우주 로켓' 주장은 국제사회에서 사실상 외면당하고 있다. 실제 국내 기술로 개발한 다목적 위성을 탑재한 나로호와 달리 북한의 은하3호 발사는 인공위성 발사용이 아닌 장거리 핵투사를 위한 전략 병기 개발 차원라는 게 국제사회의 시각이다.
이에 따라 유엔은 안보리 결의 1718 및 1874호를 통해 북한이 어떠한 형태로든 우주 발사체를 개발ㆍ시험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해 놓은 상태다. 지난 4월 북한이 광명성 3호 발사에 실패한 뒤에는 중국이 참가한 가운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의장성명을 내고 북한의 로켓 발사가 '안보리 결의 1718 및 1874호에 대한 중대한 위반으로서 더 이상의 추가적 도발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을 경고했었다.
이와 관련 정부 고위관계자는 2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문제의 본질은 쏘는 것이 미사일이냐 위성 발사체냐 등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라 왜 쏘느냐, 목적이 뭐냐다"며 "북한은 핵무기 운반 수단 개발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국제사회가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불법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북한이 나로호하고 똑같은 것을 발사하더라도 북한이 하면 불법"이라며 "(나로호 때문에)'우리도 하는데'라는 상식적인 의문을 가질 수도 있지만 본질적인 차이는 (북한이) 그런 능력을 개발해 핵무기 운반 수단에 이용할 뿐이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중국과 국내 일각에선 "북한이 실제 실용위성을 발사한다면 자주적 권리이므로 문제될 게 없다"는 시각도 있다. 이와 관련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선 후보 측은 1일 북한의 장거리로켓 발사계획 발표와 관련, "만약 북측 주장대로 실용위성이 분명하다면 엊그제 발사 실패한 나로호와 다를게 없다"며 "우주 조약에 기초한 (북한의) 자주적 권리이니 문제 삼을 일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 '막무가내' 북한, 제재 방안이 없다?
문제는 북한이 국제사회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미사일 발사를 강행해도 뚜렷한 제재 방안이 없다는 것이다. 한국과 미국 등은 북한의 로켓 발사시 추가 제재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지만 딱히 방법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이미 수차례에 걸친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이후 북한에 대해 할 수 있는 제재는 거의 모두 이미 시행되고 있어 더 이상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관계국들은 북한에 대해 '차원이 다른 강력한 제재 수단'을 강구하고 있다. 특히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가 실패하던 성공하던 관계없이 핵운반수단 개발을 위한 기술력 축적에 도움이 되는 만큼 성공ㆍ실패와 관계없이 강력한 제재를 가하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각국이 북한에 대해 차원이 다른 제재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상태며, 금융, 해운 분야 등에서 (추가 제제가) 있을 수 있을 것"이라며 "(현재의 제재와 같은)그런 식으로만 해서는 북한의 도발을 막기 어렵다는 인식이 공유가 돼 있다"고 설명했다.
▲ 1년에 두 번ㆍ막대한 돈 쓰는 북한, 왜?
북한은 이미 지난 4월 광명성 3호 발사에 실패한 바 있다.8개월도 채 지나지 않아 또 다시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한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특히 북한은 극심한 식량난에도 불구하고 전국민의 몇달 치 식량을 확보할 수 있는 약 8억5000만 달러라는 거액을 들여 장거리 미사일 발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핵 장거리 투사 수단 기술 확보를 위한 목적 외에도 국내 정치적 요인 등 내부 상황이 북한으로 하여금 장거리 미사일을 쏘지 않으면 안 되는 쪽으로 향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지난해 갑작스레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이 사망한 후 김정은이 권좌에 오르면서 술렁이는 군심과 민심을 달래고 내부적인 결속을 다지기 위해 이같은 이벤트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김정은 등 북한 지도부들이 오는 12월 17일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 1주기를 앞두고 대내외적으로 '뭔가 한 건'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발사 발표문의 첫 문장이 김정일 유훈이라는 것에서 시작한다"며 "이 사람들이 대선 이런 것 보다는 제수용품을, (김정일 제삿상에 올릴) 좋은 제수용품이 필요하다는 것으로 해석될 말을 확인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 유일한 변수는 중국 태도
앞으로 10일 가량 남은 북한의 장거리 발사 미사일에 영향을 미칠 가장 큰 변수는 중국의 태도다. 막대한 경제적 지원을 하고 있는 중국 말고는 북한을 말릴 만한 국가가 없기 때문이다.
중국은 아직까지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발표에 대해 공식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지난 주 시진핑 신임 중국 공산당 총서기의 대표단이 북한에 들어갔지만 별다른 소식이 들리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중국이 북한을 설득하고 있다"며 결과를 기대한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중국이 적극적으로 (북한이) 발사를 못하도록 설득하고 있다"며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계획은 중국 안보에 큰 위협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만 실질적으로 중국이 북한에게 얼마나 압박을 가하느냐는 문제인데 의심할 필요는 전혀 없다"며 "북한이 핵무기 운반 능력을 개발해서 중국이 덕 볼 것은 하나도 없다. 중국의 안보에 잠재적으로 가장 큰 위협 요인 중에 하나"라고 덧붙였다.
김봉수 기자 b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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