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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민주당의 대선 프레임은 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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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근혜' 프레임은 4·11 총선에서 이미 실패한 '재탕 전략'
'왜 유권자들이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는가'를 고민해야 할 시점
'박근혜가 안 되는 이유' 아니라 '왜 문재인인가'를 묻고 강조해야


[기자수첩] 민주당의 대선 프레임은 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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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일 기자] "당신의 진짜 실수는 대답을 못 찾은 게 아냐. 자꾸 틀린 질문만 하니까 맞는 대답이 나올 리가 없잖아. '왜 이우진(유지태)은 오대수(최민식)를 가뒀을까?'가 아니라 '왜 풀어줬을까?'란 말이야! '왜...'" (영화 올드보이 중)


선거는 프레임(구도)을 잡는 쪽이 항상 승리한다. 역사의 교훈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지금 민주통합당과 문재인 후보는 위기다. 분명한 위기다. 잘못된 질문을 반복하고 틀린 방향으로 선거구도를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박정희 대 노무현'과 '이명박 대 노무현'. 혹은 '유신독재 불가론 대 참여정부 심판론'. 대선 선거전이 초반을 지나 중반전에 접어들고 있는 2일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프레임 전쟁을 벌이고 있다.


민주당은 당초 새누리당에 대한 공격 구도를 '박정희'와의 대결에서 '이명박'으로 급변경했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에 대한 공격 지점을 '과거(박정희 유신 독재)'에서 '현재(이명박 정권 심판론)'로 이동한 것이다. 이에 맞서 새누리당은 노무현 정부의 실정 책임을 지속적으로 제기하며 문 후보에게 '친노 프레임'을 덧씌워 공격하고 있다. 누구에게 유리하게 작용했을까?


대략적인 결과는 나왔다. 박 후보 측은 선거 초반 프레임 전쟁에서 이기고 있다고 자평했다. 박 후보 측 조해진 선대위 대변인은 지난 29일 "민주당이 계속 시도해온 선거 프레임 경쟁에서 새누리당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며 "민주당은 '박정희 대 노무현', '과거 대 미래'라는 자의적으로 설정한 선거 구도를 덧씌우려고 노력했지만 그에 맞게 대응한 새누리당의 '최초 여성 대통령이 이끌어가는 새로운 미래' 대 '실패한 노무현 정권 2기'에 밀려 민주당의 프레임은 산산조각이 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지표도 비슷한 추세를 보여준다. 안철수 전 무소속 후보의 사퇴(23일)의 여파가 충분히 반영된 시점에서 실시된 최근 여론조사에서 박 후보는 문 후보를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6~30일 실시된 한국갤럽 조사(1549명 대상 임의걸기 방식, 표본오차 ±2.5%포인트, 95% 신뢰수준) 다자 대결 구도에서 박 후보는 45%를 얻어 문 후보(43%)를 2%P 앞섰다. 리얼미터 조사(1500명 대상 임의걸기 방식, 표본오차 ±2.5%p, 95% 신뢰수준)에서도 박 후보는 48.4%를 얻어 문 후보(42.8%)를 5.6%P 앞질렀다. 두 조사 모두 박빙이긴 하지만 추세가 굳어지는 양상이다.


결국 '박근혜 후보가 당선되면 안 되는 이유'라는 프레임으로는 민주당은 지금의 열세를 극복하기 쉽지 않다는 걸 보여준다. 박 후보가 '유신의 딸'이자 '이명박근혜'라는 조어처럼 이명박 정부 민생 파탄의 공동책임자이고, 권위적이고 수첩 없이는 아무 것도 못하는 '수첩공주'라는 공격은 별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이명박근혜 공동책임론'은 이미 4·11 총선에서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한 '재탕 전략'이라는 한계도 갖고 있다.


민주당이 '박근혜 때리기'를 할 소재는 차고 넘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소용이 없다. 박 후보의 지지율은 떨어지지 않고 문 후보의 지지율은 오르지 않는다. 효과가 없다. '박정희 대 노무현'이건 '이명박 대 노무현'이건 이 구도 위에서는 이기기 힘들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박정희 전 대통령이나 이명박 대통령보다 못해서가 아니다. '기울어진 축구장'으로 표현되는 한국의 정치지형 속에서 현실적 파급력과 정치적 지지층에 미치는 영향력이 다르기 때문이다.


문 후보 측 입장에서는 뻔히 예상되는 새누리당의 공세와 프레임 선점에 맞서 다른 카드를 내놨어야 했다. 단일화 논의 기간 중 박 후보의 움직임이 프레임 밖으로 밀려났던 것처럼, 박 후보의 공세를 묻을 역동적인 기획을 내놓았어야 했다. '정치개혁'의 메시지를 분명히 하고 문 후보가 심혈을 기울여 제시한 '의료비 100만원 상한제'와 같은 민생 정책으로 '혁신'과 '미래' 이미지를 덧입히는 구도를 제시했어야 했다.


민주당은 선거전을 달궈야 한다.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서는 안 되는 이유'가 아니라 '왜 문재인인가, 왜 문재인이 대통령이 돼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명확하고 뚜렷하게 내놓아야 한다. 최근 문 후보의 유세와 캠프의 브리핑을 보고 듣고 있으면 때리는 건 '뚜렷이' 보이는데, 만드는 건 '잘' 보이지 않는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는 매력적인 비전과 공약으로 승부해야 한다.


정권심판론(정권교체론)과 '안철수 현상'이라는 단일화 효과라는 두 가지 카드는 일면 매력적인 카드일 수 있지만 이미 유권자들에게는 식상해진 '틀린 질문'이다. 민주당은 먼저 '왜 유권자들은 우리를 지지하지 않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이 질문에 정면으로 맞서 성실하게 대답을 내놓아야 한다. 그렇지 않는 한 정권교체는 그저 꿈과 희망에 그칠 수밖에 없다.




김종일 기자 livewi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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