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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의 '큰손들' 어떻게 투자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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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1990년대 미국 테니스계의 스타 선수였던 안드레 애거시는 2009년 자기 돈을 맡길 수 있을만한 자산운용가가 아쉬웠다. 애거시는 금융위기 당시 일부 투자 손실을 경험한 바 있다. 그는 부인이자 세계 1위 여자 테니스 선수였던 슈테피 그라프와 함께 유명한 자산운용가를 차례로 만났다. 이 과정에서 스타 부부의 마음을 한 번에 사로잡은 이들이 있었다. 세계적인 금융서비스 그룹 크레딧스위스에서 '슈퍼 부자들'을 전담하는 데이비드 트레이시와 척 탄스트롬 '콤비'가 바로 그들이다.


그러나 부부는 고액 자산가나 유명인답지 않게 트레이시와 탄스트롬으로부터 어떤 특별 대우도 받지 못했다. 40대 초반의 트레이시와 탄스트롬은 애거시 부부를 평범한 고객으로 대하며 차분하고 설득력 있게 자기들 투자철학에 대해 설명했다. 부부는 이들이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즉석에서 모든 자산운용을 위임했다.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미국의 유명인들 사이에서 트레이시는 그야말로 '유명인사'다. 트레이시와 탄스트롬이 운용하는 자산 규모는 45억달러(약 4조8000억원)에 이른다. '걸어다니는 자산운용사'인 이들은 재산 1000만달러 이상의 슈퍼 부자만 상대한다. 고객은 125명으로 애거시 같은 스포츠 스타, 토크쇼의 전설 데이비드 레터맨, 유명 연예기획사 UTA의 제레미 짐머 대표 등 다양하다.


할리우드나 스포츠계의 돈 많은 스타들은 꼼꼼하고 보수적인 투자운용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수익률을 무시할 수는 없다. 트레이시는 스타들의 이런 기호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고 안정성과 수익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맞춤형 자산운용 전략까지 만들어낸다.

하지만 트레이시의 운용 전략은 이상하리만치 평범하다. 그가 중시하는 자산운용의 핵심은 '하이브리드 버킷'으로 불리는 분산투자 전략이다.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여겨졌던 채권은 실질 수익률에서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변동성이 큰 시장에서는 적절히 분산된 포트폴리오를 유지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것이 트레이시의 투자철학이다.


트레이시가 구성하고 있는 부자들의 포트폴리오는 어떨까. 25%는 국채나 지방채 같은 핵심 자산에, 35%는 이머징마켓 채권이나 상장업체 지분 투자인 MLP 같은 비핵심 자산에 투자한다. 20%는 미국 주식에, 10%는 해외 주식에 넣는다. 나머지 10%는 헤지펀드, 사모펀드, 부동산 같은 대체상품에 투자한다.


트레이시와 탄스트롬은 적절한 분산투자로 2008년 7월 이래 30%가 넘는 수익률을 거뒀다. 같은 기간 스탠더드앤푸어스(S&P) 500 지수의 수익률은 21%다. 이들은 2007년 금융위기가 닥쳤을 때 운용자산의 75%를 수익률 낮은 우량채권으로 옮겼다. 그 결과 6%의 투자손실을 봤다. 그러나 당시 S&P 500 지수의 수익률이 40% 넘게 뚝 떨어졌던 것에 비하면 선방한 셈이다.


자산운용에 '연습은 없다'는 것이 트레이시의 생각이다. 전쟁에 임하는 군인처럼 투자가 일단 시작되면 모든 것은 실전이다. 그는 자산운용가의 삶에 대해 "카네기홀에서 바로 연주를 시작하는 음악가와 같다"고 표현했다.


미 캘리포니아 대학 로스앤젤레스 캠퍼스(UCLA)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트레이시는 같은 대학 경영대학원 졸업 후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에 들어갔다. 이때부터 맡은 분야가 고액 자산관리다. 이론과 실력은 물론 특유의 사회성까지 갖춘 그는 27세에 수백만달러를 굴리는 자산운용가로 이름 날렸다. 탄스트롬과 만난 것은 1998년 골드만삭스로 자리를 옮긴 뒤다. 크레디스위스에 합류한 것은 그로부터 10년 뒤인 2008년이다. 당시 100명이 넘었던 고객도 그와 함께 크레디스위스로 이동했다.


대공황 이후 최대 위기라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지금 겪고 있지만 트레이시는 미 경제에 대해 조심스럽게 낙관한다. 유럽 위기는 이른 시일 안에 해결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미 주택시장이 살아나고 고용이 안정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긍정적이다. 그는 주식시장의 변동성도 누그러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할리우드 스타들의 '스타'인 트레이시는 "더 많은 위험을 감수하거나 좀 더 낮은 수익률에 만족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런 원칙만 고수하면 평생 함께 할 수 있는 고객을 얻을 수 있다"는 게 그의 조언이다.




조목인 기자 cmi0724@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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