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헌재, "사법연수원생 판사 즉시임용" ...법원은?

시계아이콘읽는 시간01분 40초

[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헌법재판소의 한정 위헌 결정으로 법이 바뀌기 전 입소한 사법연수생들의 즉시임용 ‘길’은 열렸지만 ‘문’은 아직 열리지 않았다.


30일 대법원 관계자에 따르면 대법원은 현재 2013년 법관임용 규모와 여부에 대해 정해진 바가 없다. 대법원 관계자는 “헌재 결정의 내용과 취지를 면밀히 분석해 합리적인 방안을 정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7월 개정된 법원조직법은 '법조 일원화'에 따라 판사 임용자격으로 '10년 이상'의 법조경력을 규정하면서 부칙으로 2017년까지는 ‘3년 이상’으로 하는 경과규정을 뒀다.


대법원은 법 개정에 맞춰 사법연수원 수료자에 대한 판사 즉시임용이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임용계획을 정비해왔다. 기존 5년 이상(장기) 경력법관 외에 3년 이상(단기) 경력법관 임용제를 신설하고 재판연구원(로클럭) 제도도 새로 마련했다. 로클럭은 2~3년 계약직 신분으로 소속 법원장의 명을 받아 사건의 심리 및 재판에 관한 조사·연구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쌓은 경력을 토대로 향후 법관에 지원할 수도 있다.

전날 헌재는 그러나 법원조직법 제42조 부칙 1조 등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에서 재판관 6(위헌) 대 3(합헌)의 의견으로 한정 위헌 결정했다.


헌재는 “법원조직법 개정의 목적은 판사의 임용자격을 강화하여 충분한 사회적 경험과 연륜을 갖춘 판사가 재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하지만 이같은 공익이 중대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필요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이미 법개정 당시 사법연수원에 입소한 이들에게도 반드시 적용해야 할 정도로 긴요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번 헌재 결정으로 법 개정 시점인 지난해 7월 18일을 기준으로 사법연수생 신분을 갖고 있던 사람들은 신뢰보호 차원에서 그들의 수료시점에 종전대로 정기법관인사에 지원할 자격이 주어졌다.


대법원은 적잖이 당황한 눈치다. 이미 장기 경력 법관 임용을 마친데다, 단기 경력 법관 임용도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상황에서 임용자격 대상의 범위를 넓히라는 헌재 결정이 나왔기 때문이다.


법원은 지금까지 통상 70~80명의 사법연수원 수료자와 경력법관을 더해 매년 100명 안팎의 법관을 새로 충원해왔다. 법관 임용 규모 자체를 키우지 않는 이상 즉시임용이 가능해진 연수원생들을 끌어안기 애매한 대목이다. 이와 더불어 내년 법조인력 시장에서 이미 다른 진로를 택했던 사법연수원생들의 연쇄이동 가능성도 점쳐진다.


일각에선 그간 헌재의 한정 위헌 결정 수용에 소극적인 대법원이 사법연수원생에 대한 즉시임용을 거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흘러나오고 있다. 헌재서도 재판관 3인은 “해당 규정 개정은 최소 10년 이상 공론화 과정을 거쳐 이루어진 것으로 사법연수원생들의 신뢰이익 침해 정도가 심판 조항이 달성하려는 공익에 비해 크다고 볼 수 없다”며 반대의견을 냈다. 대법원 관계자는 “법리해석의 문제가 아니므로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아직 즉시임용 여부 및 규모는 공식적으로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한편 법원의 2013년도 로클럭 합격자 통지가 헌재 선고를 ‘하루’ 앞둔 28일 이뤄진 것도 논란이다. 당초 법관 즉시임용이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한 상당수 사법연수원생들이 로클럭에 지원한 탓이다. 사법 연수원 내부에선 “겨우 마음 정리했는데 약 오른다”, “수요일에 로클럭 발표..목요일에 한정위헌“, ”로클럭 선발 자원이 바로 판사로 전환될 수도 있다던데 이건 아니지 않나“ 등의 반응이 오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로클럭 임용 절차의 경우 12월 서류전형을 진행한 지난해보다 3개월 가량 앞당겨졌다. 우수인력에 대한 조기 확보 필요성 및 법학전문대학원측의 요청이 배경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공교롭게 됐지만 헌재 일정을 미리 알 수는 없었다”며 헌재 결정과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정준영 기자 foxfury@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