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해병 할머니를 잊지 않겠습니다"
서해 대청도에서 해병대와 60여년을 함께 해온 한 할머니가 별세해 해병장병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다. 주인공은 고 이선비(87세)할머니. 1926년생인 이선비 할머니는 1951년에 황해도 해주에서 월남한 후 14살 때 대청도로 시집와 줄곧 살아왔다.
이 할머니는 해병대가 1951년도에 대청도에 주둔하기 시작하면서 낮에는 엿장수와 고물장수, 밤에는 해병대의 삯바느질로 생계를 유지했다. 생계를 위해 해병장병들의 군복을 수선해준 것 만은 아니다. 찢어진 군복을 손수 가져가 무료로 수선해주는 것은 물론 전부대원들에게 똑같은 속옷을 선물해주기도 했다. 이호연 해병대사령관도 이 할머니와 인연이 깊다. 백령도 6여단 정보참모, 작전참모, 여단장때부터 이 할머니와 함께 했다.
특히 이 할머니는 상점을 운영하며 장병들의 편지를 대신 부쳐주거나 고민상담도 도맡아왔다. 이런 사연을 통해 장병들은 이 할머니를 '해병 할머니'라고 부르게 됐고 이를 보고 자란 아들 김형진씨도 해병 546기로 해병대를 지원했다.
이 할머니가 고령으로 몸이 불편해지자 해병장병들이 나서기도 했다. 순번을 정해 하루에 한번씩 이 할머니를 찾고 건강상태를 챙기고 땔감마련 등 집안일로 할머니의 사랑에 보답했다. 하지만 노환으로 2010년부터 인천의 한 요양원에서 지내다 지난 22일 작고했다.
할머니는 작고당시 가족들에 "내가 죽거든 손자 같은 해병들의 손에 의해 묻히고 싶다"는 유언을 남겼다. 이에 해병대는 할머니가 해병대로부터 받은 기념품과 표창장, 장병들과 찍은 사진 등을 여단 역사관에 전시할 예정이다.
양낙규 기자 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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