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한국항공우주산업 인수자금은 이미 준비됐다. 하지만 KAI는 너무 고평가됐다고 생각한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장남인 조원태 전무(경영전략본부장)가 경영 전면에 본격 나섰다.
조 전무는 지난 3분기 대한항공 실적발표회에 직접 참여해 대한항공 경영 전반에 대한 설명을 진행한데 이어, 19일 열린 제2테크센터 조성을 위한 부산시와의 MOU체결식에도 나타나 KAI인수전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날 자리는 대한항공의 항공기 제작 등을 담당하는 항공우주산업부문의 육성을 위한 자리였다. 대한항공은 1조5000억원을 들여 제2테크센터를 건립하고 2020년까지 매출 3조원을 달성한다는 '항공우주 비전 2020'을 발표했다.
또한 대한항공은 국내 최대 규모 항공우주산업 클러스터 조성·육성 등의 내용을 포함한 양해각서(MOU)를 부산시와 체결했다.
이 자리에는 당초 지창훈 대한항공 사장을 비롯한 항공우주사업본부 임직원, 허남식 부산시장과 관계자, 협력업체 대표 등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조 전무까지 참석한 가운데 MOU를 지켜봤다.
그는 이날 MOU 이후 KAI 실사과정 및 인수계획에 대해 설명했다. 지난 3분기 설명회에 이어 KAI인수전에 대한 대한항공의 공식 입장을 본인이 직접 밝힌 셈이다.
조 전무는 공식 행사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KAI에 대한 예비실사를 진행했지만 새로운 내용은 없었다"며 "KAI의 주가를 보증할만한 자료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그는 "가격이 너무 고평가됐다고 판단한다"며 "적정가는 현재 가치에 미래가치를 더한 가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같은 KAI 인수자금은 이미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채권 발행 등을 통해 인수자금을 조달한다는 설을 일축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그는 자금 규모에 대해서는 "회사 기밀"이라며 말을 아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관계자는 "동반부실을 불러올 수 있는 가격은 쓰지 않는다는 방침"이라며 "적정가를 산정해 쓸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조 전무는 "실사가 2주 정도 남은 만큼 더 지켜봐야할 것"이라며 "29일까지 실사를 지켜본 후 30일 본입찰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한항공은 KAI인수를 위한 실사에 나섰으나 KAI노조 등의 반대로 인해 제대로 된 실사를 못했다. 이에 남은 기간 동안 실사를 통해 KAI인수가를 정할 계획이다.
조 전무는 KAI 인수 후 계획에 대해서는 "인수해봐야 알 것"이라며 "실사가 너무 부실해 어떤 걸 하고 있는지 조차 모르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대한항공과 KAI가 민수쪽에서는 보잉사와 에어버스 제작물량을, 군수쪽에서는 무인기 등을 수주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해왔다. 하지만 실사를 통해서는 현재 KAI가 어떤 걸 하는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이에 인수에 따른 향후 계획까지 잡는 것은 어렵다는 게 조 전무의 설명이다.
다만 대한항공 관계자는 "부산(테크센터, 제2테크센터)과 사천(KAI)이 따로 운영된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으며 부산이 민항기 관련 사업이 추진된다며 사천은 군수사업이 진행될 것"이라고 보충했다.
황준호 기자 rephw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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