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수진 기자]충남 서천군 장항항은 금강이 서해와 만나는 지점에 위치해 있다. 16일 오후 찾은 장항항은 한산했다. 과거 무역항으로서의 '명성'은 쇠퇴한지 오래였다. 눈에 띄는 것은 작은 어선 몇 척이 전부였다. 흥청거렸다던 항만 앞 큰길도 사람의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 만조가 가까워지는 오후 2시 무렵 고깃배 한 척이 뒤뚱거리며 갯벌 위를 나아갔다. "토사 퇴적이 심각해지면서 물이 잘 차오르지 않는다. 과거에는 1만 2000톤급 배가 들어왔던 국제항이었는데 지금은 5000톤 배도 만조를 기다려 간신히 들어온다." 서천군청 이정성 기획계장의 목소리가 안타까웠다.
"1990년 금강 하구둑이 건설된 이후 바닷물이 막힌지 20년째다." 금강 하구는 원래 철새도래지로 유명한 곳이다. 낙동강 하구 등 주요 철새서식지의 서식조건이 악화되면서 국내 최고의 철새서식지로 떠올랐다. 특히 장항항에서 배로 20분 정도 걸리는 장항읍 송림리 유부도는 천연기념물 제 326호인 검은머리물떼새의 최대 기착지다. 검은머리물떼새는 세계적으로 1만여마리밖에 남지 않은 것으로 추정되는 희귀종이다. 유부도에는 매년 최대 4000~5000마리가 관찰된다. 그러나 금강 하구 토사퇴적으로 지금은 철새가 떠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검은머리물떼새뿐 아니라 유부도를 찾는 철새의 전체 개체수가 줄어들었다. 2000년대 초에는 1만여마리에 달했던 것이 지금은 6000~7000마리 사이다.
금강 하구둑은 농·공업용수 공급 목적으로 1990년 지어졌다. 그 뒤로 금강 하구 지역의 개발은 가속화됐다. 하구둑으로 해수 유통이 막힌 가운데 장항항과 금강을 끼고 마주한 군산항 보호를 위해 7.1km의 도류제가 들어섰다. 도류제 끝에는 3km의 북방파제와 1km의 남방파제가 놓여 있다. 금강 하구역 발생 토사를 매립한 군산 해상 매립지는 지금 면적 207㎡로 여의도 3분의 1 크기에 달하는 섬이 됐다.
해수의 흐름이 막히면서 주변의 생태계도 변했다. 장항 앞바다의 토사 퇴적으로 백합, 바지락, 동죽 등 유부도 앞바다의 어패류는 급격히 줄어들었다. 이 계장은 "1년에 평균 10cm, 많으면 40cm 가량의 토사 퇴적이 진행되고 있다"며 "예전에는 유부도 앞바다에서 1000여 가구가 매년 1600톤의 어패류를 수확했지만 이제는 120가구가 남아 60톤 정도를 잡고 있다"고 말했다. 어패류는 철새들의 주요한 먹이다. 먹이가 부족해지면서 금강하구와 유부도를 찾는 철새들도 줄고 있다는 설명이다. 금강하구만 해도 2005년 무렵까지는 매년 2만여마리의 철새가 찾던 대표적 철새도래지였다. 여기에 더해 장항항에서 잡히던 장어, 위어, 황복어 등도 자취를 감췄다. 어민들의 삶도 위태로워졌다.
해결은 쉽지 않다. 금강 하구둑을 두고 맞대어있는 서천군과 군산시의 입장이 다르다. 서천군은 해수유통이 막히면서 조류변화가 심각해졌고 담수 영양염류 공급이 차단돼 해양생태계 피해가 막심하다고 주장한다. 서천군이 제시하는 현재 금강하구둑에서 1.5km 떨어진 지점에 추가 갑문을 설치해 해수 유통을 재개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군산시와 국토해양부는 농·공업용수 부족을 우려해 반대하고 있다. 최근에는 해상매립지 개발을 두고도 갈등이 벌어졌다. 군산시와 국토해양부가 해상매립지에 2020년까지 7601억원을 투자해 골프장과 쇼핑센터 등을 갖춘 해상도시를 건설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서천 지역에서는 해상매립지를 개발할 경우 오폐수 문제 등 생태계 교란이 더 심각해질 수 있다며 크게 반발했다. 결국 개발 계획은 중지됐다.
해당 지역 환경단체들은 해수유통 재개가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올 초에는 전북지역 환경단체도 해수유통 정책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적극적 행보를 보이기 시작했다. 금강 하구둑 해수유통 문제가 지역갈등에서 환경문제로 공감대를 사고 있는 것. 한편 서천시는 전국 단위 환경단체와 연대하는 등 다양한 해결책을 모색중이다. 나소열 서천군수는 "금강하구에 국책시설이 난립하면서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다"며 "서천 지역을 생태도시로 부활시키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진 기자 sj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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