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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편의 드라마로 보는 단계별 부부싸움 정복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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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우리가 결혼할 수 있을까>(이하 <우결수>)는 결혼의 판타지를 정면으로 깨는 작품이다. 연애가 결혼으로 넘어가는 과정에는 수많은 장애물이 기다리고, 두 사람이 조금이라도 흔들리는 순간 결혼은 위태로워진다. 그러나 결혼이라는 이벤트는 부부 간 갈등의 전초전일 뿐이다. 결혼 10년 차든 60년 차든 크고 작은 문제들은 계속해서 불거지며, 그 결과로 생겨난 골을 메우기엔 애정의 힘이 예전만큼 강하지 않을 수도 있다. 현재 방영 중인 KBS <울랄라 부부>와 <내 딸 서영이>, JTBC <무자식 상팔자>는 결혼 이후에 벌어지는 부부 사이의 일들을 다루며 결혼의 환상 대신 현실적 갈등에 집중한다. 그래서 <10 아시아>가 <우결수>를 비롯한 이 작품들을 통해 세월에 따른 결혼 생활의 어려움을 짚어보고, 가벼운 제언을 곁들였다. 물론 드라마 속 상황인 만큼 현실 속 모든 기혼자의 이야기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겠다. 더불어 ‘결혼은 해서 뭐하겠노, 싸우겠지. 싸워서 결혼하면 뭐하겠노. 또 싸우겠지’로 돌고 도는 허무함의 늪에 미리 빠질 필요도 없다.


네 편의 드라마로 보는 단계별 부부싸움 정복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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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 1. ‘스펙’과의 싸움
가난한 집안이라는 혜윤(정소민)의 배경, 연봉 적은 장난감 회사 직원이라는 정훈(성준)의 위치는 생각보다 질기게 이들의 발목을 잡는다. 혜윤의 모(이미숙)가 정훈 쪽 집안의 재산 규모를 알아본 후에야 혼인을 승낙하거나, 정훈의 모(선우은수)가 리스트까지 뽑아서 혜윤에게 어마어마한 액수의 예단을 요구하는 걸 보면 결혼에 대한 공포심이 절로 생길 지경이다. 두 사람 간의 일이지만, 산술계산의 대상은 본인들을 포함해 가족의 차원까지 확대되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양가 중 어디에 먼저 인사를 가는지, 상견례는 어디서 하는지, 어른들을 만날 땐 무엇을 사 들고 가는지 등 정훈과 혜윤이 사사건건 부딪히는 사소한 일들은 보는 것만으로도 피로해진다. 그 과정에서 “헤어지자”고 말하는 정훈이나, 그의 잘못을 지적하며 “무릎 꿇어”라고 말하는 혜윤 모두 결국 결혼이 본인의 자격지심과 싸우는 과정임을 상기시킨다. 양가 부모님 신경 쓰랴, 상대방 배려하랴, 내 안의 콤플렉스 다스리랴, 여러모로 몸과 마음을 혹사하는 때인 셈이다. 무사히 버티기 위해선 내가 선택한 사람에 대한 믿음만을 되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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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 2. 미움과의 싸움
하지만 결혼해도 여전히 많은 갈등이 도사리고 있다는 게 함정. 가정주부로서의 파업을 선언한 여옥(김정은)에게 “이 여편네가 애도 아니고 정말... 정신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라며 큰소리 탕탕 치는 수남(신현준)은 사랑이 옅어진 후 발생하는 부부의 문제를 여실히 보여준다. 걸핏하면 수남에게 “허파에 바람 들어갔어? 그렇게 웃는 거 아주 꼴도 보기 싫어. 징글징글해!”라고 핀잔을 주는 여옥도 마찬가지다. 서로 보듬어 주던 마음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미움이라는 감정만 고개를 드는 것이다. 이건 전부 온종일 집안일을 놓을 수 없는 아내, 사회생활에 시달린 남편의 입장을 각자 생각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다. 여기에 한술 더 떠, 여옥이 말만 하면 “닭대가리가 똥 싸는 소리하고 있다”며 무시해버리는 수남의 태도는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의 교육이 절실해 보일 정도다. 이렇게 12년 차 부부가 서로 할퀴느라 정신없는 사이, 소외된 기찬이(엄도현)는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증상을 보였다. 그러니 자신들을 위해서도, 아이를 위해서도 상대방에게 눈과 귀를 좀 더 열어야 하는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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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 3. 외로움과의 싸움
물론 부부간 소통 부족의 문제는 해결되기 어려운 법이다. 가족 내에서 어느 한 쪽의 입지가 점점 작아지기 시작하면 더더욱 그렇다. 아침밥을 먹으며 모기만 한 목소리로 “시래깃국이면 열흘(먹어)도 괜찮은데”라는 민석(홍요섭)과 “시래기 좋아하니까 인생이 시래기 같지”라 대꾸하는 강순(송옥숙)은 대표적인 예다. 회사의 중역급 간부지만 특별한 능력은 없고, 친구인 사장의 ‘술 이사’ 노릇만 하는 남편은 아내에겐 그만큼 귀찮고 하찮은 존재일 뿐이다. 그래서 민석은 자전거와 의상을 육백만 원 치 사들이며 자신의 건강 문제에 매달리고, 강순은 “엄마처럼 안 살려면 남자 잘 만나야” 한다며 딸의 결혼에 집착한다. 상대방 때문에 허전해진 가슴 한구석을 다른 것으로 자꾸 메우려 하는 셈이다. 오래된 부부인만큼, 두 사람의 사이가 당장 좋아지길 기대하기란 어려울 수도 있다. 단, 각자 딱 한 가지 사항만 지켜도 상황은 훨씬 나아지지 않을까. 남편은 술 취했을 때만 아내에게 진심을 털어놓으려 하지 말 것. 아내는 “당신을 만난 게 내 실수지”라고 입버릇처럼 말하지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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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 4. 세월과의 싸움
시간이 약이란 말은 적어도 부부 사이에선 거짓일지도 모르겠다. 좋지 못한 습관은 악화하기 마련이고, 그 과정을 고스란히 인내해온 사람이라 해도 적응할지언정 기꺼이 받아들이긴 힘들다. 아내 금실(서우림)이 잔디에 물을 흠뻑 준 일로 물난리와 전 지구적 물 부족까지 들먹이는 호식(이순재)을 보면, 60년을 버텨온 금실에겐 정말 “산 부처”라는 표현이 딱 어울린다 싶다. 어디 그뿐인가. 속상한 금실이 “나 죽으면 네 아버지 잔소리에 골병들어 죽었다고 한 줄 새겨다오”라고 말하면 호식은 “이미 살 만큼 살았어. 모함하지 마”라 얄밉게 대꾸하고, 당장 떡 먹고 싶다고 닦달하기에 만들어주면 저녁밥을 먹어 배부르다고 거절해 금실의 화를 머리끝까지 채우기 일쑤다. 이러니 자신의 팔자를 탓하는 금실의 주름살이 더욱 짠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한집안의 ‘어른’이 되는 것만큼 오랜 시간 나와 함께 한 사람을 어른으로 대접해주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호식 본인의 표현대로 “내일 눈 못 뜰지도 모르는” 말년의 부부라면, 서로 의지하며 즐겁게 살기만도 모자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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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황효진 기자 seventeen@
10 아시아 편집, 디자인.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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