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금준 기자] 여기 이기찬이 있다. 가수로서 첫 걸음을 땐 음악적 성장통으로 표현하자면 이제 그는 '16살 소년'이다. 그런 이기찬이 진정한 변신을 시도했다. 자신의 진정성이 오롯이 담긴 음악을 들고 팬들 곁을 찾았다.
앞서 각종순위프로에서 20회 이상 1위를 차지하고 골든디스크, 음반대상까지 받으며 대중가수로 우뚝 섰던 이기찬이지만 허전한 마음 한켠은 채워지지 않았다. 가수이기 보다 음악인이고 싶어 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기찬이 드디어 해답을 찾아냈다.
◆ 첫 번째 걸음, '아티스트'로의 '부화'
이기찬이 찾은 답은 새 싱글의 제목에 그대로 표현돼 있다. '컨빈스 마이셀프(Convince Myself)', 말 그대로 '스스로에 대한 납득'이다. 그는 긴 공백기를 거치며 자신에 대한 관조에 성공했다. 그리고 그것을 고스란히 음악으로 풀어놨다.
가장 주안점을 둔 것이 '이기찬의 음악'을 만드는 것이었다. 그동안 많은 곡들을 써왔지만 대중의 뇌리에 싱어송라이터 이기찬의 이미지는 희미한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껍질을 깨기 위해 만들어낸 작품이 바로 '새벽 한시'다.
"사실 이전부터 음악적인 깊이를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그러질 못했습니다. 그땐 정말 어렸거든요. 하지만 지금부터는 제 안에서 나온 멜로디와 가사를 들려드릴 수 있어서 앞으로의 활동이 더욱 기대돼요."
'새벽 한시'는 사랑 때문에 고장 난 심장을 위한 힐링 송이다. 이별 후의 슬픔을 애절하게 이야기하는, 그리고 담담해진 후의 아픔을 털어놓는 이기찬의 애절한 목소리는 듣는 이의 감성을 자극한다. 특히 이 노래는 이기찬의 실제 이야기를 풀어낸 것이라 더욱 가슴을 울린다.
이기찬의 말에 따르면 그가 사랑했던 여성은 3세 연하의 평범한 회사원이었다. 서로 한발 양보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했지만 결국 한계에 부딪치고 말았다. 그렇게 하나의 길을 가던 두 사람은 서로 갈라지고 말았다.
그의 설명을 들으니 '새벽 한시'의 노랫말이 더욱 애잔하게 다가온다. '잠이 올 것 같지 않아 집 앞 계단에 나와 앉는다. 내가 과연 옳았던 걸까. 우린 꼭 헤어져야 했을까. 전화기 속 네 사진을 꺼내 보며 몇 번을 다시 되뇌어 본다. 그리움으로, 원망과 후회들로.'
◆ 두 번째 걸음, '아티스트로'의 '비상'
이번 싱글 앨범이 이기찬의 재탄생을 알린 것이라면 이제 그는 자신의 비상을 보여줄 준비를 서서히 시작하고 있다. 새로운 정규 앨범으로 진정한 자신의 음악을 들려주겠다는 것. 이는 또 다른 도전이다.
그는 내년 초에 나올 리메이크 곡들로 이뤄진 정규 앨범을 발표할 예정이다. 당장 자신의 음악으로 부담을 주기 보다는 재해석을 통해 이기찬의 역량을 보여주는 것이 낫다는 생각 때문이다.
"신곡이 나왔을 때보다 '알던 노래', '좋아하던 노래'를 이기찬이 어떻게 편곡하는 지를 보여드리고 싶어요. 이기찬은 이런 노래를 이렇게 하는 아티스트구나라는 생각이 들게끔 말이에요. 때문에 지금도 무던히 애를 쓰고 있죠."
이를 위해 이기찬은 잠시 한국을 떠난다. 마음을 비우는 한편 새로운 음악을 몸소 접하고 돌아오겠다는 것. 꽉 찬, 제대로 된 완성품을 팬들에게 선사하겠다는 계획이다.
"내년 1월에 체코와 네덜란드에서 녹음을 진행할 계획을 세우고 있어요. 일단 기본적인 틀은 재즈 빅밴드 스타일로 세워 놨습니다. 클래식 악기들이 많이 필요할 것 같아요. 때문에 직접 유럽에 가서 제대로 된 색을 만들어 올 생각입니다."
이기찬은 그동안의 공허함을 달래줄 '진짜 이기찬'이 되는 방법을 이제야 깨달았다. 그의 앞에 무수히 뻗어 있는 '음악의 길' 중 제대로 된 '자신의 길'을 찾은 셈이다. 아직 이 길의 끝은 보이지 않는다. 그렇기에 그는 다시 한번 신발끈을 질끈 동여맨다.
이금준 기자 mus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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