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 미국의 글로벌 기업들이 영국 의회에서 혼쭐이 났다.
막대한 이익에도 쥐꼬리만한 세금을 낸 것이 법에 의한 것이었다고 변명하다 의원들의 분노를 산 것이다.
1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영국 하원 공공회계위원회(PAC)는 이날 스타벅스, 구글, 아마존의 임원들을 청문회에 소환해 영국에서 영업을 하면서 수익에 비해 지나치게 적은 세금을 내고 있다고 질타했다.
PAC는 스타벅스의 트로이 앨스테드 최고재무책임자(CFO)을 출석시켜 스타벅스 영국 사업부가 세금을 적게 낼 수밖에 없는 이유로 현지 사업 부진을 거론한 것과 관련, 지난 13년 동안이나 손실을 내면서 어떻게 영국 내 투자를 계속할 수 있는지를 따졌다.
오스틴 미첼 의원은 "당신네가 사업을 진짜 잘못하고 있거나, 뭔가 사기를 치고있는 거다"고 말했다.
지난달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스타벅스는 지난 3년 동안 영국에서 세금 한 푼 내지 않았으며, 1998년 이후 영국 내 커피판매는 31억 파운드였으나 세금 납부액은 860만 파운드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앨스테드 CFO는 "우리는 조세피난처를 찾는데 적극적이지 않다"고 말하며 스타벅스가 영국에서 영업 이익을 빼돌리고 있다는 혐의를 부인했다.
오히려 높은 임대료 때문으로 영국 내 사업이 부실해 이익을 낸 때는 2006년 딱 한 번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는 2009년 당시 애널리스트들과 전화 회의에서 최고의 영업이익을 내는 곳이 어디냐는 질문에 영국 내 사업의 수익성이 좋다고 답한 바 있다.
그는 또 지난 3년 동안 영국에 세금을 내지 않은 것도 네덜란드와 스위스에 브랜드 사용 로열티 관련 비용을 지불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호지 위원장은 "진실로 들리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PAC 의원들의 분노는 아마존의 앤드루 세실 홍보담당 이사가 차후에 위원회에 요청한 자료를 제출하겠다고 말하자 폭발했다고 FT는 전했다.
의원들은 그가 영업보고서에 나와 있는 영국내 판매액에 대해서조차 "비공개 대상"이라면서 몇 차례 답변을 거부하자 "터무니없다", "진지하지 못한 사람"이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마거릿 호지 PAC 위원장은 "아마존이 서점과 불공정한 경쟁을 하고 있다"고 비난하기까지 했다.
구글 영국 법인장인 맷 브리틴은 조세피난처인 버뮤다를 통해 유럽 판매에 대한세율을 낮췄다고 시인하면서도 이는 전적으로 합법적인 것이라고 옹호했다.
그가 "만약 캠브리지에 구글 연구소가 설립됐다면 영국의 매출은 크게 달라졌을 것"이라고 설명하자 마거릿 호지 PAC 위원장은 "당신들의 불법을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비도덕성을 문제 삼는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백종민 기자 cinq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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